'전기 먹는 하마' AI 붐에... 미국 빅테크들, 소형 원전에 꽂혔다

입력
2024.10.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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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 전력 소모 폭증 따라 원전에 관심
아마존·구글 등 잇따라 투자 계약 체결

미국 빅테크들이 잇따라 원자력 발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으로 전력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24시간 내내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클라우드(가상 서버) 시장 1위 업체인 미국 아마존은 16일(현지시간)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계약 3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주(州)에 있는 공공 전력 공급 기업 '에너지 노스웨스트'와 투자 계약을 맺고 4개 SMR 건설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 업체 등에 고급 원자로를 공급 중인 'X-에너지'와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또 버지니아주에 기반을 둔 '도미니언 에너지'와도 새 SMR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이를 통해 버지니아주 소재 아마존 데이터센터에 최소 3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해당 기업 3곳에 대한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미 경제 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총 5억 달러(약 6,8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은 지난 3월에도 '탈렌 에너지'로부터 원자력 에너지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를 사들였다.

원전 투자에 나선 빅테크는 아마존만이 아니다. 구글도 지난 14일 SMR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와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카이로스파워가 향후 가동할 원자로 6, 7기에서 총 500㎿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는데, 구글이 SMR 기업과 맺은 첫 전력 수급 계약이었다. 이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달 미국 원전 1위 기업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빅테크들이 마치 경쟁을 하듯 원전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량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주범은 AI다. 챗GPT는 대화를 한 번 주고받을 때마다 평균 2.9와트시(Wh)의 전력이 드는데, 구글 검색의 회당 0.3Wh에 비하면 10배나 많다. AI에 의한 이미지·영상 생성에는 무려 40~60배나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충분한 전력 공급 여부가 안정적인 AI 개발·운영의 최대 관건이라는 의미다.

AI 열풍 전까지 빅테크들이 관심을 기울였던 에너지는 풍력과 태양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원전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24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구글 등 대부분의 빅테크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의 아니시 프라부 전무이사는 "이들 기업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하며, 현재로선 원전이 가장 좋은 해답"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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