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10·16 재보궐선거에서 쓴맛을 봤다. 기초단체장이지만 지난 4월 총선 당시 바람을 일으켰던 호남 지역구 선거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석도 얻지 못했다. 호남 맹주인 더불어민주당 조직력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미풍으로 끝난 선거 결과에 조국 대표는 "다시 신발 끈을 묶겠다"고 했지만, 향후 야권 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어제 재보선에서 저희는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며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첫술에 배부르겠느냐"며 "모두 전국정당·대중정당으로 발돋음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당은 이번에 재보선이 치러진 4곳 중 인천 강화를 뺀 3곳에 후보를 냈다.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를 빼고 전남 영광군수와 곡성군수 선거에 집중했지만, 기대를 했던 영광에서는 진보당한테도 밀리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 대표가 '월세살이'까지 하면서 공을 들였지만 호남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약한 조직력 탓이 크다. 위기감을 느낀 '큰집' 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당력을 집중하자, 혁신당의 초반 돌풍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혁신당 후보의 경쟁력도 민주당 후보를 뛰어넘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에 승부수를 던졌던 조 대표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호남에 공을 들인 건 야권 내 대안세력으로서의 존재감 부각 목적이 컸는데 되레 한계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혁신당의 수차례 요구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민주당 태도가 향후 야권 내 권력 지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다만 혁신당 내부적으로는 호남에서 민주당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첫 지역구 선거인 만큼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았던 선거였다"며 "철저히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서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