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재신임'에 한숨 돌린 이재명... 김건희 특검법 또 띄우고, 배추밭 달려갔다

입력
2024.10.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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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야권 내전 '평정'...李 리더십 공고히
①심판론 강화 ②먹사니즘 민생 투트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16 재보궐선거에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거센 추격으로 흔들리던 호남 텃밭을 사수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텃밭 호남의 재신임을 얻은 만큼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제기되던 리더십 위기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내부 결속을 공고히 한 민주당은 더 세진 김건희 특별검사법을 발의하는 동시에 이 대표의 '먹사니즘' 민생 행보도 재가동했다. '심판'과 '민생'을 투트랙으로 윤석열 정권 때리기에 집중하면서 정국 장악력을 더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민주당의 포스트 재보선 전략은 표심으로 확인된 '2차 심판론'을 더 오래, 더 세게 끌고 가는 것이다. 17일 발의한 더 세진 김건희 특검법이 상징적이다. 이른바 '오빠' 논란 등으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이번 특검법에 추가로 포함시킨 민주당은, 다음 달 본회의에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비해, 상설특검 추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릴레이 특검 공세로 김 여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돌아선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내부 소신파들을 전방위로 압박해, 김건희 특검법을 연내에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에선 한 대표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재보선 결과를 평가하며 "한 대표에게도 승리를 축하드린다. 여당과 정부가 우리 국민 뜻을 잘 새기길 기대한다"는 뼈 있는 덕담을 건넸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 대표가 금정과 강화 승리로 힘을 받았기에 (특검 출발)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윤 정권의 최대 리스크인 김 여사 이슈가 콘크리트 보수층까지 흔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번 재보선에서 보수 텃밭으로 분류된 인천 강화와 부산 금정의 경우 민주당이 뒤집기엔 실패했지만, 지난 대선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가 뚜렷해 민심 이반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윤 정권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집권플랜으로 내놓은 먹사니즘도 다시 띄우는 분위기다. 당장 이 대표는 재보선 이후 첫 일정으로 강원 평창군 배추농지 일대를 찾았다. 배춧값 폭등으로 시름이 깊어진 농민들과 만난 이 대표는 농작물 수입쿼터(할당) 허가권을 국내 생산자 조합에 넘기는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윤 대통령은) 또 거부권을 행사할지 모르겠다"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웠다.

이 대표가 재보선 직후 곧장 민생 현장 행보에 나선 것은 명태균 파문으로 수렁에 빠진 여권과 대비해 수권정당으로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오로지 심판만으로는 보수층을 공략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표의 확장성을 키우기 위해선 이재명이 윤석열보다 유능하고 안정된 리더라는 점을 더 부각시켜야 정권교체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