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해외 원정 대리모' 강력 처벌… "성소수자 겨냥 조치" 비판도

입력
2024.10.17 16:22
'극우' 멜로니 여당서 입법→상원 통과
최대 징역 2년·벌금 15억 원으로 처벌
"성소수자의 '자녀 양육' 사실상 봉쇄"

앞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불임 부부의 '해외 대리모 원정 출산'도 강도 높은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극우 성향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해외 대리모 출산 불법화'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보호하려면 생물학적 부모만 인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성소수자 부부의 자녀 양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상원은 이날 찬성 84표, 반대 58표로 해외 대리모 원정 출산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해외에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할 경우,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최대 100만 유로(약 14억8,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탈리아인의 해외 대리모 알선·중개 기관 및 병원 근무도 처벌 대상이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라비니아 멘누니 상원의원은 "모성은 절대적으로 고유한 것이어서 대리로 이뤄질 수 없는 우리 문명의 근간"이라며 "우리는 대리모 '관광'이라는 현상을 근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국내 대리모 출산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이에 그리스·캐나다 등 대리모 출산을 합법화한 해외 원정 출산이 늘어나자, 처벌 범위를 확대한 게 이번 법안이다. WP는 "(대리모를) 테러나 집단학살처럼 국경을 뛰어넘는 '보편적 범죄'로 규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기독교인의 어머니'로 칭하는 멜로니 총리가 지지세력 확장을 위해 성소수자를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에선 이성 커플에 대해서만 아동 입양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에 대한 의회 내 반대파는 "성소수자의 자녀 양육이 사실상 봉쇄된다는 의미"라고 NYT에 전했다.

대리모 출산을 둘러싼 전 세계적 논쟁이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덴마크·그리스·브라질 등에서는 금전을 대가로 출산하는 '상업적 대리모'가 아닌 '이타적 대리모'를 허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일부 주(州)와 인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에선 상업적 대리모도 합법화돼 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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