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를 받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 김 전 청장이 기소된 지 약 9개월 만이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대응으로 기소된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이다. 당일 당직자였던 류미진 전 서울청 상황관리관과 정모 전 112상황팀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권성수)는 17일 오전 10시 30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 류 전 관리관(총경), 정 전 팀장(경정)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위험 등을 보고서를 통해 예견했음에도 경비기동대를 적정하게 배치하지 않는 등 지휘·감독권자로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일 112상황실의 당직 상황 관리 업무를 총괄했던 류 전 관리관과 정 전 팀장은 112 신고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확인을 충실하게 하지 않고 뒤늦게 상급자에게 보고해 참사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이나 매뉴얼은 여전히 상당히 추상적이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고 재난 예방과 관련된 경찰조직 전반의 적극적이지 못하고 안일한 인식이나 문화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이나 확대와 관련해 합리적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유족들은 법정에서 소리를 지르며 울분을 토했다. 한 유족은 "이게 인재지 어떻게 매뉴얼 탓이냐", "국민이 누굴 믿고 길거리를 배회할 수 있냐", "경찰은 왜 있냐"며 분노했다. 유족들은 이날 선고 전 김 전 청장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서부지법 앞에서 시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