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이 교과서나 학교 수업에 사용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 보상금을 지금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 목적으로 사용된 저작권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담당하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는 "작가의 연락처를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17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저협은 그동안 교과서나 수업목적, 수업지원 목적으로 사용한 한강 작가 작품에 대해 저작권 보상금을 단 한 건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저협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강 작가의 작품 사용 사례로 최소 34건(교과서 11건, 수업목적 4건, 수업지원목적 19건)을 적시하고 있다. 문저협은 "보상금 분배를 위해선 권리자 개인정보와 수령동의가 필요해 2017년부터 출판사를 통해 보상금 수령에 대해 안내해왔다"면서도 "(한강) 작가의 연락처를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미지급은 한강 작가뿐이 아니었다. 최근 10년(2014~23년)간 지급하지 않은 보상금이 총 104억8,7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10억 원가량의 보상금이 주인을 찾아가지 못한 채 협회에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보상금이 수령되지 않은 채 5년 이상이 지나면, 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승인하에 공익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협회가 사용한 보상금은 약 138억 원으로, 이 중 △보상금 분배 시스템 개선에 25억2,000만 원 △저작권 사용 실태조사에 15억2,000만 원 △저작권자 홍보 캠페인에 7억4,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불합리한 보상 절차가 첫손에 꼽힌다. 저작권법 등에 따르면 교과서에 실리는 저작물의 경우 문체부가 지정한 보상금수령단체(문저협)를 통해 사후적으로 저작권료를 보상하도록 돼 있다. 출판사로부터 저작권료를 선 징수하고 저작권자에게 후 분배하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보상금을 수령하기 위해선 작가가 직접 신청해야만 하는데, 자신의 작품이 사용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저협이 작가에게 알리는 방법도 있지만, 앞선 한강 작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다지 적극적이진 않다. 장강명 작가도 지난달 6일 페이스북에 "자기 글이 교과서에 실렸다는 걸 저자가 이렇게 늦게 아는 상황이 이상하다"며 "저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는 관례는 부조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상금 분배에 소극적인 문저협이 자신들 수입을 늘리는 징수에만 신경을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저협은 지난 8월 저작권신탁관리수수료에 대한 징수 대상을 넓히는 규칙 개정 계획을 알리고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문저협이 관리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대상은 8건에서 17건까지 확대될 수 있다.
김 의원은 "한강 작가의 연락처를 몰라서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문저협 해명은 매우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작권 보상금은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데, 문저협이 이를 소홀히 한 채 자신들의 수익 증대에만 치중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저작권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