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지난 15일 국내에 정식 출시되자마자 대란 조짐이 나타났다. 만만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어디로 가면 맞을 수 있느냐"며 체중 조절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위고비 인기에 편승한 불법 의약품 판매도 우려되면서 보건당국이 단속에 나섰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허가를 받은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지난 15일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다음 날 일부 병원과 약국에 초도물량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나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2021년에 출시한 비만 치료제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세마글루타이드를 통해,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만들어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다. 위고비를 1주일 단위로 68주 동안 맞았을 경우 체중이 평균 15% 감소했다는 해외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 다만 근육량 감소를 동반하고 우울증, 복통, 두통 등의 부작용도 확인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이 위고비를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위고비 도입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출시 당일 한 직장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이가 들다 보니 정석적인 방법으로는 살이 잘 안 빠지더라"라면서 "회사에 반차를 내고 병원에 가서 위고비를 예약하고 왔다"고 전했다. 이 게시글에는 "어느 병원인지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위고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의 홈페이지는 출시 당일 주문접수가 몰려들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복부에 주사 형태로 맞는 위고비는 주 1회씩 투약하도록 개발됐다. 국내 출시가는 4회 투약분 기준 37만2,025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약품이어서 의료 소비자의 실제 구입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만큼 4회를 맞으려면 최소 80만 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도 "운동이나 식단 조절도 없이 체중을 15%나 뺄 수 있다면 엄청나다"며 위고비를 맞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위고비의 인기는 증시에서도 확인됐다. 위고비의 국내 유통을 맡은 블루엠텍은 출시 당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5%나 급등했다. 16일에도 6.85% 상승하는 등 투자가 몰렸다. 위고비 관련주로 분류된 대봉엘에스(12.5%), 펩트론(2.69%) 등 종목도 상승세를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개인이 위고비나 유사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위고비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국내에선 정식 출시 전부터 일부 미용인들이 해외 직접구매 등을 통해 위고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 수요가 폭증하자 일부 업자들은 SNS에 위고비의 직구 방법을 안내하는 등 암암리에 영업을 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