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친(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레바논에서 의료 시스템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6일(현지시간) 비판했다.
WHO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습이 이어진 레바논 남·동부와 수도 베이루트 남쪽 교외 지역 등에서 안보 불안이 이어지면서 의료시설이 줄이어 문을 닫고 있다.
WHO는 "분쟁 지역에는 1차 의료기관·진료소 207곳이 있었는데 이 중 100곳이 폐쇄됐다"며 "큰 병원 5곳은 건물이 부서지거나 인근 지역 포격이 심해져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의료진만 남은 채 대피한 병원도 5곳 더 있다"며 "이런 병원들은 중증 암 환자나 신장 투석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고 짚었다. WHO 동부 지중해 지역 책임자 하난 발키 박사는 "레바논의 현재 상황은 놀랍다"며 "가장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시스템이 심각하게 약화했다"고 우려했다.
교전이 격화하면서 의료 인력 중 사상자가 속출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WHO는 "지난달 17일 이후 우리가 관여하는 레바논 의료 시설이 23건의 공격을 받았고, 의료진과 환자 72명이 숨졌으며 4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어 "레바논의 병원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부상자가 몰려드는 상황에서 의료 인력 부족과 의료품 고갈, 시설 부족이라는 악조건까지 감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