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 때 국힘이 제기한 도이치 의혹... 尹정부 검찰이 무혐의 종지부

입력
2024.10.18 10:00
[도이치모터스 수사 4년 돌아보니...]
'친문검사 윤석열' 때 처음 불거진 논란
추미애 지휘권 계기로 檢 수사 본격화
법원이 불씨 살렸지만 혐의 입증 실패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검찰 수사 착수 4년 만에 결국 무혐의로 끝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제기된 의혹이 두 정권 검찰의 수사를 받은 뒤, 윤석열 정부에서 마무리된 것. 의혹의 당사자인 김 여사는 '친문(親文) 검사'(윤석열)의 배우자에서, 반대당(국민의힘) 소속 대통령 '영부인'이 됐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힘에 맞서 김 여사를 옹호하던 야당(당시 여당)은 특검법을 도구로 김 여사를 노리고 있다.

윤석열 총장 청문회서 의혹 제기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9년 7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였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한 윤 후보자에 대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파이낸셜(도이치모터스 자회사) 주식 매입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여사는 2017년 1월 비상장 주식 20억 원어치에 대한 매매계약을 맺었다가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자 이를 취소하고 투자금을 돌려받았는데, 당시 매입 금액이 시세보다 낮았다는 내용이다.

청문회 이후 잠잠했던 의혹은 2020년 2월 뉴스타파가 2013년 경찰 수사첩보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으로 번졌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1차 주포'(총괄기획자) 이모씨와 함께 2010년과 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김 여사가 2010년 2월 권 전 회장에게 이씨를 소개받아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10억 원이 들어 있는 계좌를 맡겼다는 내용도 있었다. 증거가 부족해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못하고 내사 종결된 사안이었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1년 만에 세상은 바뀌어 있었다.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은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고, 이제 민주당이 윤 총장을 노리고 보수 야당이 검찰총장을 감싸는 쪽으로 국면이 달라졌다. 고발장이 접수됐고,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2020년 10월 19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도이치 사건 등 '윤석열 검찰총장 본인·가족·측근 관련 사건'을 총장의 지휘권한에서 배제했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검찰의 수사

이성윤 검사장(현 민주당 의원)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1월 사건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하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한국거래소 이상거래 심리분석 결과를 토대로 참고인 조사가 진행됐고, 곧이어 도이치모터스 관련사들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1차 주포 이씨는 물론 2차 주포 김모씨 등 주가조작 일당이 잇달아 구속됐다. 검찰은 2021년 10월 26일 이씨와 김씨를, 12월 3일 권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주가조작 '전주'로 지목된 김 여사의 공모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사건 발생 후 10년이 넘어 남아있는 증거가 많지 않았다. 자신의 혐의마저 부인하는 주가조작 주범들이 김 여사에 대해 의미 있는 진술을 할 리도 만무했다.

김 여사 소환조사는 더 어려웠다. 실패한 주가조작 사건의 전주를 상대로 영장을 발부받는 게 쉽지 않았고, 검찰 수사가 김 여사 쪽으로 뻗어갈 무렵 윤 대통령은 이미 유력한 대권 주자가 돼 있었다. 결국 김 여사 소환은 불발됐다. 수사팀은 2021년 12월 김 여사에게 서면질의를 보냈지만, 김 여사 측은 형식적 입장만 회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여사 명의 계좌 5개가 주가조작 범행에 사용됐다'는 결론을 내고서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은 하지 못했다.

법원이 살려준 불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교착 상태에 놓였던 수사가 다시 본격화한 건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부터다. 주범들에 대한 유죄 판단보다 더 주목받은 건 판결문에 담긴 김 여사의 흔적이었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 세 개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통정·가장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것)로 인정된 102건 가운데 48건, 다시 말해 전체 범행 47%가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봤다. 특히 재판부는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 대해 "시세조정에 활용된 계좌"라고 보면서도,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자메시지를 통한 의사연락과 주문과 체결시점 등을 종합해 보면 권 전 회장 또는 블랙펄인베스트(주가조작 컨트롤타워) 대표에게 일임됐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해당 계좌에서 직접 주문을 낸 것이 누구인지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열린 결말'을 썼다.

판결문을 받아 든 수사팀은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올해 7월 20일 김 여사를 대면조사했다. 김 여사가 원하는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방식으로 이뤄져 특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수사가 본격화한 지 거의 4년 만에 성사된 직접 조사였다.

결국 '불기소 엔딩'

서울중앙지검은 결국 4년간의 수사 끝에 16일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가능한 모든 수사를 했지만, 범행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결론이다. △범행이 10년 넘게 지나 범행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고 △김 여사가 범행에 가담했거나, 방조했다는 걸 지목한 의미 있는 진술이 없다는 취지다.

검찰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김 여사 특검법'을 추진해 온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김 여사 상설특검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만시지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간을 끌면서 의혹은 의혹대로 증폭됐고,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무혐의 처분을 할 거라면 이미 한참 전에 종결했어야 할 사건"이라며 "통상 사건대로 처리했으면 될 일을 너무 오래 갖고 있으면서 사건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이든, 국민 여론이든 눈치를 너무 봤다"며 "심지어 다른 재판 결과까지 기다리며 책임을 피하려다가 스스로 수렁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항소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등 검찰 자체 판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는 말까지 해놓고선 이제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나"라면서 "검찰 스스로를 깎아 먹은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동순 기자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