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전투 병력을 파병하고 실제 전투에도 참전을 준비 중이라고 볼 만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군 약 3,000명이 러시아군 11공수돌격여단 산하 대대에 편성됐다고 우크라이나 언론들이 보도했는데, 파병 북한군 규모·부대명이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북한이 무기뿐 아니라 인력도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 참전설'이 사실이라면, 북러 간 군사 협력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무기 지원'과 '직접 파병'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의 범죄자 연합에 이미 북한도 포함됐다"며 북한의 참전 사실을 자국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파병 병력을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인을 대체하기 위한 공장과 군 인력"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13, 14일 내놓은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의 '러시아 파견 북한 훈련 정황' 보도는 더 구체적이다. 리가넷, 키이우포스트는 전날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 약 3,000명이 러시아 11공수돌격여단 산하 '부랴트 특수대대'를 편성한 뒤, 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랴트는 한민족과 외모가 유사한 주민들로 이뤄진 러시아 연방공화국이라는 점에서, 부대명부터 북한군 배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병 규모를 '1만 명'으로 전한 매체도 있다.
이는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와도 맞닿아 있다. WP는 지난 11일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 보병 수천 명이 러시아에서 훈련받고 있다"고 전했다. '부랴트 대대'를 가리키는 내용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파병 의혹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를 "북한이 러시아를 '대신해' 싸운다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사실이라면 (북러) 양국 관계의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정상회담 후 무기 거래를 본격화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한 차원 더 심화했다는 우려였다. 올해 6월 양국이 체결한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발동된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북한의 군사적 이익도 작지 않다는 게 미국 판단이다. 자국군을 실전에 배치, 전력 데이터를 확보할 기회가 생겼다는 얘기다. 찰스 플린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은 "북한은 전장에서의 피드백을 토대로 무기, 탄약, 인력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우 우려스러운 징후"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군이 러시아군 전력에 큰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칠 대로 지친 러시아군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러시아군은 최근 수개월간 하루 1,000명 이상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병력 부족에 시달린 나머지, 이미 쇠락한 상태인 북한군에도 손을 뻗었다는 얘기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18명이 탈영을 했다는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도 나왔다. 2020년 러시아에서 복무했던 영국 국방무관 출신 존 포먼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가난한 사람들로, 기회만 생기면 탈영하려 할 것"이라며 "대다수는 '총알받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