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식’ 삼성전자가 역대 최장 기간 외국인 연속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반해 개인투자자는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빚투(빚내 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 1조 원을 넘어섰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약 2,730억 원어치 팔아 치우며 9월 3일부터 26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2022년 3월 25일부터 4월 28일까지의 기존 최장 기록(25거래일)을 경신한 것이다. 최근 26거래일 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약 11조1,300억 원에 달한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6%에서 53.2%까지 낮아졌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내던진 기간 주가는 20% 넘게 빠졌다. 이날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46% 내린 5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이틀 만에 다시 ‘6만전자’에서 밀려났다. 전날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의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한 여파가 국내 반도체주 투심 악화로 이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보다 삼성전자 자체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문제로 꼽힌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범용 D램에선 중국 기업의 저가 물량 공세에 시달리며 ‘나홀로 겨울’을 맞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나온 3분기 실적 충격에 이어 4분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올 계기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개인은 8월 22일 이후 34거래일 중 32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며 꿋꿋이 주가 하단을 받치고 있다. ‘가격이 쌀 때 사자’는 판단에 빚까지 내며 투자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1일 1조156억 원으로 처음 1조 원을 돌파해 14일 1조567억 원으로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4일 유가증권시장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4,796억 원이었는데 대략 10%가 삼성전자에 몰렸다.
증권가에서도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빠질 만큼 빠졌다는 판단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주춤했지만 이익 개선 구간에 진입했다”며 “최근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했기 때문에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