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 명예직’인 농협중앙회장이 받는 연봉 약 8억 원의 세부 내역이 확인됐다. 농협중앙회장은 대외적으로 농협을 대표하는 일만 하도록 돼 있는데,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적지 않은 돈까지 편법으로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협중앙회장의 연봉 내역에 따르면, 3월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올해 연봉으로 농협중앙회에서 3억1,800만 원(기본실비+농정수당), 농민신문사에서 1억9,100만 원을 받게 된다. 이는 기본급만 계산한 것으로 각종 활동수당을 더하면 실제 수령액은 이보다 많다. 내년부터는 농협중앙회에서 3억9,000만 원과 농민신문사에서 약 4억 원(기본급, 성과금, 활동수당 등) 등을 받는다. 2028년 퇴임 시엔 농협중앙회에서 퇴임공로금을, 농민신문사에서 퇴직금을 각각 받는다.
특이하게도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한다. 농협중앙회 측은 '당연 겸직'이 아니라고 했지만, 총회 선출 절차만 거치면 돼 사실상 당연 겸직과 다르지 않다. 농협 내부에선 이 같은 겸임이 농협중앙회장 급여를 챙겨 주기 위한 요식 행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 관계자는 "농민신문사 회장 자리는 퇴직금을 받기 위해 걸쳐 놓는 자리"라며 "통상 임원 퇴직금은 퇴직 직전 1년간 총 급여액의 10%를 근속연속만큼 주게 돼 있는데, 농민신문사는 기본급과 성과급을 더한 금액의 25%를 재임기간에 곱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전 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 퇴직금으로 4억2,020만 원 김병원 전 회장은 2억6,596만 원을 받았다.
책임에 비해 권한은 막강하고 보수는 과도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농협중앙회장은 법적으로 비상근 명예회장직이다. 비상근이기 때문에 회사에 상주하지도, 경영 등의 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사고가 나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는 2005년 개정된 농협법 탓이다. 당시 정부는 농협중앙회장의 막대한 권한으로 인한 문제가 계속되자 권한을 대폭 줄였다. 계열사 대표이사를 각 사업부문의 최고경영자로 하고, 중앙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사회 의장 및 대외 업무의 대표 역할만 하라고 힘을 뺀 것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장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특히 강 회장은 취임 이후 선거 캠프 출신을 중앙회와 계열사 주요 보직에 기용해 구설에 올랐다. 최근에는 회장 직속 비서실(14명) 기획실(58명) 외에 60명 규모의 미래혁신실 조직도 출범시켰다. 다른 농협 관계자는 "임기 동안 30억 원이 넘는 돈도 받고, 보은 인사도 할 수 있으니 임기 말만 되면 연임하고 싶어 입법 로비를 하는 것"이라며 "농협법 개정 후에도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는 그대로인데, 농협 스스로 칼을 댈 리 없으니 정부가 나서 인사권과 보수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