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주중대사 "내년 시진핑 한국행 불발? 상상하기 어렵다"

입력
2024.10.16 20:30
주중국 대사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시진핑, 2024 APEC 경주 방문' 낙관
갑질 의혹에는 "인화하지 못해 죄송"

정재호 주중국 한국대사가 내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정 대사는 16일 중국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시 주석 방한 추진 상황과 관련, "내년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여기에는 주로 시 주석이 참석해 왔기 때문에 (방한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측이 지난 4년여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시 주석 방한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내비친 사실을 들며 "중국 측이 여러 번 얘기한 만큼, 그 약속조차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 주석의 방한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정 대사는 "2013년 이후 11년간 한국 대통령이 6차례 방중한 반면, 시 주석은 한 차례만 (한국을) 방문했다"고 지적한 뒤, "중국이 (시 주석 방한) 약속을 지키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중 대사관 국감은 지난 14일 대통령실이 정 대사 후임으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내정했다는 발표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열렸다. 정 대사는 중국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이 나오는대로 자리에서 물러나 서울대 교수로 복귀한다.

정 대사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창이라는 점에서 부임 때부터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부하 직원들과의 불화, 언론과의 갈등, 중국 인사들과의 소통 부족 등의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탓에 사실상 정 대사의 마지막 국감임에도 불구하고 외통위 위원들은 부임 기간 그의 업무 태도나 능력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 정부 인사들과 접촉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며 자질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같은 당의 윤후덕·이재정 의원은 "파티는 끝났다"(지정학적 리스크로 중국에서 돈을 벌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는 2022년 8월 정 대사 발언, 부하 직원과의 불화, 한국 언론 특파원들과의 갈등 논란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대사직을) 빨리 관뒀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관둔다"며 정 대사를 직격했다.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한 부하 직원에 대한 사과 요구가 거듭되자 정 대사는 "대사관 내 인화 문제에 있어서 (잘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하 직원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들어보면 갑질은 없었다"며 당사자에 대한 사과는 끝내 거부했다. 또 "(언론에 보도된 대로) 부하 직원에게 '머리가 나쁘다'는 식의 발언을 했느냐"는 이재정 의원 질문에도 정 대사는 "외교부에 문의해 달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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