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시한폭탄'이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 명씨는 지난 15일 김건희 여사와 나눈 대화 메시지를 공개한 데 이어, 16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나눈 대화를 더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섰다.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모두 명씨를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여기에 '김건희 리스크'를 두고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 간 신경전까지 고조되면서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명씨는 16일 페이스북에 "십상시 같은 보수 패널들아! (윤 대통령 부부와의) 공적 대화도 공개할까?" "멍청한 놈들! 피아 구별도 못하느냐"라고 썼다. 그러면서 "자기들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그런 나보고 사기꾼?"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전날 처음으로 김 여사와 나눈 대화 메시지 일부를 공개한 데 이어 추가 폭로를 이어가겠다는 협박을 한 것이다.
명씨는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김 여사 대화록이) 2,000장은 된다. 윤 대통령 것도 있다"고 위협했다. 메시지 공개의 발단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을 콕 집어 "내일부터 계속 올릴 것이다. 김 최고위원이 사과할 때까지"라고 했다. 친윤계인 김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명씨가) 겁에 질려 아무 데나 왕왕 짖는 것 아닐까 싶다. 빨리 철창에 보내야 한다"고 언급하자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일단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명씨의 폭로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간 여당은 명씨를 '사기꾼' '허풍쟁이'라고 치부했으나, 실제로 김 여사와 나눈 대화가 공개되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실제로 명씨가 김 여사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화를 나눴다면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명씨가 여론조사 조작을 통해 대선 경선 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점도 국민의힘 입장에서 골치 아픈 대목이다.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쪽으로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다. 여당은 명씨가 여론조사에 활용한 '당원 명부 유출'과 관련해 당무감사에 착수하겠다고 했지만, 적극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명씨의 폭로를 둘러싸고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도 또다시 점화되고 있다. 친한계는 대통령실을 향해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명씨가 국정 블랙홀처럼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통령실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제적 조치’란 대통령실의 분명한 해명과 김 여사 사과, 대통령실 인사 쇄신 등 한 대표가 그간 주장했던 내용들로 보인다.
반면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명씨 주장은) 다 의혹이고 알맹이는 없다"며 "오빠가 누구인지 중요한 얘기인가. 사적 대화를 온 천하에 공개한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맞섰다. 친윤계는 한 대표 측이 문제를 너무 부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5선 중진 권영세 의원도 김 여사가 명씨와 대화를 주고받은 것을 두고 "배우자 입장에서는 한 표가 아쉬워 상대를 토닥여준 것"이라고 했다. 명씨에 대해서도 "사적인 대화를 낱낱이 공개하는 걸 볼 때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논의해야 할 이슈가 굉장히 많은데 독대를 정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