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까지 뻗는 이스라엘의 '확전 마이웨이'… "민간인 불탔다" 살상 논란까지

입력
2024.10.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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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골란고원서 '전선 확대 사전 작업'
'미국 반대'에도... 16일 베이루트 공습 재개
가자지구 피란민 텐트촌에 화재... 잔혹성↑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 지상전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전선을 더 확장할 태세다. 북쪽으로 레바논과 접한 이스라엘 골란고원에서 지뢰 제거 작업 등을 진행했는데, 이는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동쪽 방면에서도 공격하려는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 공습에 산 채로 불에 타는 팔레스타인인들 모습까지 포착되는 등 이스라엘군의 잔혹성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골란 지뢰 제거하고 참호·진지 구축"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몇 주 동안 이스라엘 북동부 골란고원 일부 지역에서 지뢰를 제거하는 한편, 군사경계선을 동쪽으로 밀어낸 뒤 참호와 진지를 구축했다. 통신은 레바논·시리아 정부 및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등에 소속된 복수의 관리들 인터뷰를 토대로 이같이 전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의 북쪽에는 레바논이, 동쪽에는 시리아가 각각 위치해 있다.

이스라엘의 이런 행보는 대(對)헤즈볼라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동쪽으로 전선을 넓히려는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동맹인 시리아와 레바논 사이를 틀어막아 헤즈볼라로의 무기 공급을 차단하는 효과도 노렸을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시리아 국경 공습을 강화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레바논 민간인들에게는 더 큰 타격이다. 15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레바논 인구 약 120만 명이 전쟁을 피해 대피 중이라고 밝혔다. 전선이 확대되면 피란민 숫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레바논 전체 인구는 약 580만 명이다.

이스라엘군은 1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도 지난 10일 이후 엿새 만에 재개했다. 미국이 전날 '베이루트 공격에 반대한다'고 밝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셈이다. 병원 등 레바논 내 인도적 시설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성테레사 병원은 이스라엘군 공습에 시설 일부가 침수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이라며 의료 부문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피란민 불탔다"... '민간인 보호 방치' 내부 비판도

가자지구 공세도 이스라엘은 멈추지 않고 있다. 급기야 15일에는 '피란민들이 불탔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전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부지를 공습해 피란민 텐트촌에 화재가 났고, 이곳에 머무르던 사람들의 몸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피란민 움 야세르 압델 하미드 다헤르는 "많은 사람이 불에 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란민 히바 라디는 "최악의 장면 중 하나"라고 증언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 방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15일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에 "전쟁과 무관한 주민에 대한 치료 목적의 후송을 막는 이유를 내달 11일까지 설명하라"고 명령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재건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가자 북부에서 구호를 중단할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진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 13일 '인도적 조치를 30일 내 취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이스라엘에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가장 강력한 미국의 최후통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