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 여성 후보 역대 최다인데도… 웃지 못하는 여성들

입력
2024.10.16 17:43
여성 후보자 처음으로 300명 넘어
비율 23%에 그쳐… 자민당은 16%
비자금 스캔들 여파 탓 증가했을 뿐

오는 27일 실시되는 일본 총선에 역대 가장 많은 여성 후보가 입후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 최대 정당이자 현재 집권당인 자민당의 여성 후보 비율은 16%에 불과해 일본 정부 목표치인 '35%'에는 한참 못 미쳤다. 이마저도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 여파 탓에 비례대표 후보로 채운 수치였다.

16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집계한 결과, 이번 총선에 입후보한 후보는 총 1,344명이었으며 이들 중 여성 후보는 23.4%인 314명이었다. 여성 후보가 30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기존 최다 기록은 2009년 229명이었으며, 직전 총선이었던 2021년 10월 선거(186명·17.7%)와 비교하면 128명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실상을 뜯어보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여성 후보 35%'라는 정부 목표치에는 턱없이 부족한 '후보 5명당 1명꼴'에 그친 데다, 집권 자민당의 여성 후보는 당 전체 후보 342명 중 16.1%인 55명에 불과했다. '비자금 스캔들'로 지역구 후보 중 40여 명이 비례대표 후보에 중복 입후보하지 못하자, 그 빈자리를 여성 후보가 메우는 식이었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 비판 여론을 의식, 여기에 연루된 의원 40여 명을 비례대표에 중복 입후보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에도 중복 출마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자민당은 중복 입후보자가 감소해 비례대표 단독 출마 후보를 늘려야 했고, 여성을 많이 포함시킨 것"이라고 짚었다. 지역구 후보 중 자민당의 여성 출마자는 25명으로 △입헌민주당 47명 △일본유신회 29명 △공산당 74명 등 야당보다 훨씬 적었다.

야권은 후보 난립 양상을 보였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유리하다고 판단, 과거보다 더 많은 후보를 내세운 결과 여성 후보가 늘어났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여성 후보는 전체 후보 237명 중 22.4%인 53명(비례대표 출마 포함)이었다.

여성 후보를 가장 많이 내세운 정당은 공산당으로, 전체 후보 236명 중 88명(37.3%)에 달했다. 일본유신회는 전체 164명 중 29명(17.7%)이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20년 성평등 정책 일환인 '5차 남녀 공동참여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2025년까지 중의원 선거 여성 후보 비율을 35%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사히신문은 "여성 후보자 수나 비율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정부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