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배우 정우는 자신의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우가 질문을 던진 친구는 김민수 감독이고, 관심을 품고 있던 여학생은 배우 김유미다. 정우는 김 감독과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로 호흡을 맞췄으며 김유미와는 부분의 연을 맺었다. 세 사람의 인연은 대학 시절부터 강력하게 얽혀 있었다.
정우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두 형사가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우는 인생 역전을 노리고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형사 명득 역을 소화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각본을 맡았던 김민수 감독의 입봉작이다. 정우와 김 감독은 서울예대 동문이다. 정우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가 자신이 아는 김 감독의 작품인 줄 몰랐으나 제목을 보고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김민수 감독의 이름을 접한 뒤에는 '내가 대학 시절 같은 꿈을 꿨던 그 동생인가'라는 생각을 했단다. 정우는 "대학 다닐 때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거나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민수가 쓴 대본 같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정우와 김 감독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통해 오랜만에 마주하게 됐다. 정우는 "(김 감독이) 이 작품에 대해, 그리고 내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 줬다. 데뷔를 앞두고 있는 감독이 주연 배우 앞에서 자기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게 얼마나 긴장이 되고 부담스럽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정우가 결국 '이런 배포를 갖고 있는 친구라면 내가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김 감독의 앞에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우는 팬데믹 속에서 영화 시장이 위축됐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무수히 많은 감독님들, 업계에 계신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작품 끝나고 일주일 뒤에 전화했는데 민수 감독이 물류시장에서 박스를 나르고 있다고 하더라. 민수는 또 가정이 있지 않나. 가장으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됐다"고 밝혔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촬영 현장에서 정우는 때때로 기합을 넣었다. 그는 "공간에 기 죽지 않기 위해, 현장에서 연기를 시작하기 전 호흡을 확보하기 위해, 긴장된 호흡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함을 치기도, 기합을 넣기도 했다. 액션 전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기합을 들으면 민수 감독은 그것보다 더 크게 소리를 낸다"고 이야기해 그와 김 감독의 남다른 호흡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다른 주인공인 김대명도 언급했다. 정우는 "대명이는 나의 꽃사슴이다. 되게 유한 성격을 갖고 있는 친구다. 그렇지만 연기할 때 보면 에너지가 넘친다. 동료애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대명이 연기한 캐릭터인 동혁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는 이야기 또한 전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잔상이 남아 있지만 (동혁이 아닌) 대명이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정우의 아내인 배우 김유미 역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응원하고 있다. 정우는 "나와 유미씨는 서로가 작품을 할 때마다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면서 아내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와 김유미, 김 감독이 모두 얽혀 있는 에피소드를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우는 "나랑 유미씨가 같은 학교를 다녔다. 과는 달라도 같이 수업을 들을 때가 있다. 민수가 해준 얘기가 있다. 내가 뒤에서 의자를 치더니 '민수야, 저런 사람은 대체 누구랑 결혼할까' 했다더라. 그게 김유미씨였다. 난 그게 기억이 안 난다. 민수 감독이 나중에 결혼 기사를 보고 내가 무서웠다고 했다"고 밝혔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김유미를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한편 정우가 출연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오는 17일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