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서비스의 김명규 대표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달 앱이 입점 식당으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지나치게 많이 걷는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주재하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 협의체’에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날 수수료 문제를 두고 "죄송하다"며 연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상생협의체 안팎에서는 쿠팡이츠가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적잖다. ①7월 협의체 출범 후 석 달 동안 구체적 상생안을 단 한 번도 제시한 적이 없어서다. 또 ②자사 플랫폼에서 음식을 제일 싸게 팔도록 요구하는 최혜 대우를 중단하고 배달 기사 위치 정보를 점주에게 공유해달라는 입점단체 측 요구에 대해서도 경쟁사와 달리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③배달 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상생 논의를 이끄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과 함께 상생안 합의 결렬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쿠팡이츠가 뒤로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14일 상생협의체 8차 회의에서 “배민처럼 '가게 배달' 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상생안을 제출했다. 쿠팡이츠는 3월부터 쿠팡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들에게 무료 배달 혜택을 주고 있다. 쿠팡이츠가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대행하는 서비스다. 이 경우 입점 업주는 배달비는 물론 음식값의 9.8%를 중개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 같은 무료 배달이 배달비를 점주에게 떠넘겨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업주들이 직접 배달 업체를 고용하는 서비스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배달비는 소비자, 업주가 나눠 낸다.
하지만 쿠팡이츠 상생안에는 수수료율이나 운영 방식 등은 담기지 않았다. 또 과도한 수수료라는 비판이 나오는 무료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내리는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이날 배민은 매출 상위 △1~59% 점주는 9.8% △60~79% 점주는 6.8% △나머지는 2.0%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상생안을 내놓았다. 회의 참석자는 "회의 때 쿠팡이츠가 소상공인 니즈에 딱 맞는 정책을 준비했다며 상생안을 꺼냈는데 내용이 없어 입점 단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수수료 외에 다른 현안에서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입점단체 측이 메뉴 가격을 경쟁사와 같거나 싸게 맞춰 달라는 최혜 대우 요구를 중단하라고 하자 쿠팡이츠 측은 "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이에 배민 측이 최혜 대우 관련 내용이 담긴 쿠팡이츠 입점 계약서 등을 공개하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배민은 최혜 대우 요구 사실을 인정하며 "쿠팡이츠가 중단하면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 쿠팡이츠는 배달 기사 위치 정보를 점주에게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라이더의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입점단체 측 참석자들은 "소비자에게 정보가 공유되는데 그것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점주가 주문을 받으면 라이더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어 음식이 제때 픽업되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배민과 요기요 모두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 쿠팡이츠만 반대했다"고 했다.
쿠팡이츠는 줄곧 "상생안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입장만 내고 있다. 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배민이 낸 상생안을 바탕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그걸 받아들이겠다는 것. 상생협의체 한 관계자도 "점유율 24%, 14%인 쿠팡이츠와 요기요가 내놓는 상생안은 큰 의미가 없다"며 "독과점 사업자인 배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서울·수도권 무료배달 시장은 배민, 쿠팡이츠가 양분하고 있는 만큼 쿠팡이츠도 상생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입점단체 관계자는 "배민이 큰 폭의 수수료율 인하를 담은 상생안을 꺼냈다면 쿠팡이츠도 이렇게 조용히 묻어가진 못했을 것"이라며 "상생안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쿠팡이츠의 제3자적 태도에는 배민이 파격적 상생안을 내지 못할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