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2 무승부…한동훈 ‘당대표 리더십' 증명, 이재명 ‘호남 민심’ 업고 순풍

입력
2024.10.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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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서 승리
민주당, 고전 예상한 전남 영광서 낙승
호남에 집중한 조국혁신당은 1석도 못 얻어


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 10·16 재보궐선거 결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을 사수하며 '2대 2 무승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스코어상으로는 싱거운 결과지만,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허약한 당대표'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리더십을 증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흔들리는 것으로 평가받던 '호남 민심'을 공고히 하며 차기 대권 가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선거 승리' 챙긴 한동훈 "여당 리더십 확보'

여야 공히 텃밭을 지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는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인 김경지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정했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도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가 한연희 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야권 호남 대첩’으로 불린 전남 영광군수 선거에서 장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조상래 민주당 후보는 전남 곡성군수 선거에서 가장 먼저 승리를 확정했다.

국민의힘이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한 대표는 선거과정에서 진땀깨나 흘렸다. 금정구는 '부산의 대구'라 불릴 정도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부산은 지난 총선에서 18개 지역구 의석 가운데 17석을 여당이 꿰찬 초강세지역이다. 그럼에도 '정권 심판론' '김건희 리스크' '의료개혁 난항' 등 온갖 악재에 더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야권의 거센 공격에 시달리며 '초접전 지역'으로 돌변했다. 당초 재보선에 거리를 두던 한 대표도 만사를 제치고 여섯 차례 금정을 찾아 총력 유세에 나서며 승부수를 던진 게 통한 것이다.

한 대표 측은 이번 승리에 고무된 표정이다. 친윤석열계가 벼르고 있던 ‘선거 패배 시 한동훈 책임론’을 피해 ‘당내 사령탑’으로의 위상을 굳히게 됐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정권 심판론, 김건희 리스크 등의 태풍을 한 대표 개인기로 막아낸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독대 때 한 대표의 발언권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당정관계 재정립, 국정기조 변화 등을 보다 직접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얘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혼전 제압한 이재명 "호남 대표성" 획득

이 대표가 전남 영광에서 승리한 것도 상당한 성과다. 당초 텃밭인 호남 선거는 ‘이겨야 본전’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조국혁신당·진보당 후보들이 선전하며 막판 혼전 양상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43.14%까지 치솟을 정도로 선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압승에 이어 재보선에서 텃밭을 사수하며 '선거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표의 전남 석권을 두고 ‘호남이 이 대표를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아닌 조국혁신당에 비례대표 표를 던졌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2년)과 위증교사(3년) 사건에 모두 최대 형량을 구형하며 ‘11월 위기설’이 제기된 상황에서 진보 지지층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이후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 겨냥 행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인천 강화군수 보선에서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안상수 후보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중반 이후까지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와 한연희 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펼쳤지만, 개표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박 후보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 곡성군수에 이어 영광군수 선거까지 내준 혁신당은 1석도 얻지 못해 존재감 부각에 실패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세력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