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되찾았다'는 위험한 착시

입력
2024.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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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4년 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8월 물가안정세에도 불구,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수도권 집값을 지적한 바 있다. 9월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하고, 서울 부동산 가격의 전주 대비 상승률도 줄어들기 시작하자 비로소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게 되었다.

실제로 9월부터 가계대출 증가세와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둔화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에 전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은 5조2,000억 원 증가해 9조7,000억 원 늘어났던 8월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6조9,000억 원 증가해 8조5,000억 원 증가했던 8월보다는 적게 늘어났다. 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전주 대비 상승률도 8월 셋째 주 0.28%에서 10월 첫째 주에는 0.10%로 낮아졌다. 하지만 내년 초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가계대출도 늘어날 위험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 4월 서울부터 시작해 수도권으로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가 확산한 이유는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등 선행지표들이 향후 서울에 신규주택 공급이 급감할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지난해 서울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평균치의 절반인 53%에 불과하다. 주택건설 인허가와 준공 간에 3~4년의 시차가 존재하므로 이는 향후 서울에 신축 주택 입주 물량이 급감해 전세와 매매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는 100보다 크면 1년 후 현재보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 수가 반대로 응답한 가구 수보다 많음을 나타낸다. 9월 주택가격전망CSI는 119로 지난 4월 100을 넘어선 이후 6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출을 받아 서울에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는 착시현상이다.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는 신규주택 공급 부족,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해소되지 않은 채 금융당국이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시행하고,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낮추기 위해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도록 유도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연초에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실행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하다가 연말에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만약 내년에도 이러한 행태를 보인다면 연초에 억눌려 있던 서울 주택구매 수요가 폭발해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재상승할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낮아지도록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공급을 월별로 고르게 배분하고, DSR 규제를 전세자금 대출과 정책성 대출로 확대 적용해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협조해 서울에 신축 주택 공급이 늘어나도록 정부가 8월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의 후속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