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머니머신..." 더 강해지는 트럼프의 억지

입력
2024.10.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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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현금인출기란 뜻의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 지칭하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억지를 부렸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그는 유세 중 “우리는 그들(남한)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는데 그들은 아무것도 내지 않고 있다”며 “이건 미친 일”이라는 궤변도 늘어놨다.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소식을 전하며 마치 우리가 북한을 통해 대륙과 왕래해온 것처럼 “한국이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단절된다는 의미”라며 기본 사실까지 왜곡했다.

미 대선을 20일 앞둔 가운데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트럼프 후보가 잘못된 내용을 전제로 동맹국을 폄하한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사실상 10배로 올리겠다는 건 아무리 국내 유권자를 겨냥한 발언이라 하더라도 상식은 물론 국제법상 성립할 수 없는 막말에 가깝다. 이미 양국이 합의해 2030년까지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통째로 뒤엎겠다는 건 국가 간 신뢰도 저버리는 폭거다.

주한미군을 한국에 시혜를 베푸는 존재로 여기는 것도 황당하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이 적잖다.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이익은 쏙 빼놓고 오로지 한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둔하는 것처럼 강변해선 곤란하다. 이런 식이면 차라리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뒤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안보도 거래로 보는 트럼프의 인식은 경제 부문에서도 미국 우선주의가 더 심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미 트럼프는 관세부터 올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의 적자가 크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단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과의 충돌 과정에서 우리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나설 수도 있다. 반도체 산업의 치명타가 우려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기 트럼프 시대는 상상을 불허한다. 주한미군 없이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 미국과의 마찰 속에서도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단책을 다각도로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