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조위)는 종합보고서 대국민 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5·18 집단 발포 명령자와 행방불명자 소재 파악 등 미완의 과제가 산적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속 조사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직면했다. 대통령실이 수개월 째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에 대한 이관을 요청하지 않고 있어서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진조위 이후 후속 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수차례 조사 자료 이관을 요청했지만, 5,000여권에 달하는 자료가 국가기록원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5·18진상규명법에 담긴 '독소조항'이 원인이다. 5·18진상규명법 57조는 "정부는 정부와 군이 보유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공개해야 하며, 관련 정부기관이 이관을 요청하고 국회가 동의할 경우 이를 관련 정부기관에 이관해 전문적 연구와 조사에 협조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진조위 조사 자료 이관을 요청하지 않을 경우 자료를 넘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앞서 진조위는 해산 전 정부에 5·18 관련 자료 이관을 요청했고, 지난 4월쯤 국무총리실 재가까지 받았지만, 대통령실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를 승인치 않았고, 결국 6월 진조위는 해산됐다.
이 때문에 개별 연구자들이 국가기록원에 일일히 열람이나 대여 신청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계엄군의 증언 등 중요자료는 군 기록물로 기밀에 해당하는데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도 얽혀 있어 제대로 조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진조위는 지난 4년 간 5·18 행방불명자의 유전자 정보를 취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놨지만, 이 역시 자료 이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야만 한다. 송선태 전 진조위 위원장은 "기록물은 진조위 조사 과정에 수집 및 생산된 모든 자료가 포함된다"며 "5·18 민주화운동기록물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세계적인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형배 의원 등은 독소 조항 수정을 골자로 한 5·18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까지 최소 수년 이상 소요되는데다, 대통령실이 승인치 않은 안건에 대해 여당이 동의할 지 여부도 미지수다. 국방위원회 전문위원은 민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검토보고서를 통해 "57조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이관 이전에 국회 동의 과정에 면밀히 검토하려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반영될 경우 모든 자료가 강제 이관돼야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