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청와대 기생집' 발언 사과하더니... "무소의 뿔처럼 가겠다"

입력
2024.10.16 10:35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국악인들 반발하자 장문의 사과문 공개
사과 하루 뒤 "탄압·공격에 지치지 않을 것"

국가무형문화재 등 국악인들을 '기생'에 비유했다가 뭇매를 맞았던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악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로 다음 날 "판을 짠 공격에도 지치지 않겠다. 무소의 뿔처럼 앞으로 진보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양 의원은 15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판을 짜서 탄압하고 판을 짜서 공격해도, 저는 지치지 않겠다"면서 "지금보다 더 심한, 그 어떤 탄압이 있어도, 그 어떤 공격이 있어도, 의연하고 담대하게 무소 뿔처럼 앞으로 진보하겠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해당 글에서 어떤 탄압과 공격을 받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4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국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악인들이 공연을 한 것을 기생들의 공연에 비유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승판서 앞에서처럼 공짜 공연을 시키느냐. 이분(국악인)들이 기생인가"라며 "(청와대를) 갑자기 기생집으로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이에 국가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이영희 명인 등 국악인 20여 명이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양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양 의원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기자회견이 열린 당일 오후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원로들께서 '기생'(국악인), '기생집'(청와대)이라는 단어와 그 파생적 의미에 대해 모욕감을 느끼며, 제게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면서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이런 단어와 표현 그리고 그 파생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사용한 것이 너무 거칠었다는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신중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양 의원은 당시 국악인 공연을 관람한 김 여사를 비판하며 "국가무형문화재를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사람, 누구를 대상으로 공연하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심지어 공연료도 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면서 '기생' 발언의 진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자신이 국정감사 당시 질의했던 내용도 상당 분량을 할애해 첨부했다. 이에 국악인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보기 힘들다", "변명에 불과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