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언론 인터뷰' 한강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건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운 분명한 결론"

입력
2024.10.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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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스웨덴 언론과 인터뷰
"어떤 변화도 없을 것…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아"

한강 작가가 13일(현지시간) 스웨덴 공영 SVT방송에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서울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는 노벨문학상이 자신이 글을 쓰는 데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강은 이날 공개된 SVT 인터뷰에서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왜 (대대적으로) 축하하고 싶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은 한강은 “(축하가 싫었던 것이) 아니다. 아들과 함께 카밀러(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많은 세계의 고통들...우리는 좀 더 조용히 있어야 한다"

SVT는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가 ‘딸이 (전쟁 등) 세계의 상황 때문에 기자회견 등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발언한 사실을 짚었다. 한강은 이에 “무언가 혼란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 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한강은 또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며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울 기회를 많이 가졌는데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며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쓴다는 건 변하지 않을 것"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상이 자신의 글쓰기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자신만의 속도를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다. “(제가)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한강은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끝내고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한림원으로부터) 시상식을 위한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 지금 쓰는 소설을 이달이나 다음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이후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12월 10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열린다. 국내에서는 17일 오후 포니정 재단에서 여는 혁신상 시상식에서 그의 첫 육성을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