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은 '머니 머신'… 내가 백악관 있었다면 방위비 13조 원 낼 것"

입력
2024.10.16 08:07
한국 2026년 분담금 9배 금액 거론하며
"그들 아무것도 내지 않아, 미친 일" 불만
남북 도로 폭파에는 "나만이 해결 가능"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방위비 분담금)을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550억 원)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2026년 지출할 방위비 분담금의 9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트럼프는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 참석해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낼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언급한 '연간 100억 달러'는 최근 협상으로 확정된 금액의 9배에 맞먹는다. 한미는 2026년부터 5년간 적용될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지난 4일 최종 타결했다. 첫해인 2026년 분담금은 2025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후 연간 인상률은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하기로 했다. 양국은 한국의 방위비 인상을 줄곧 주장해 온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의식해 이례적으로 조기에 협상을 마쳤다.

다만 이날 트럼프 발언은 그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앞서 트럼프는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지불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등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내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한국에 50억 달러의 연간 방위비 분담금을 당초 요구했으나 한국이 난색을 표해, 일단 20억 달러를 내게 하고 이후에 50억 달러로 증액하려 했다고 이날 주장했다. 트럼프는 "나는 한국을 사랑하고, 그들은 멋진 사람들이자 극도로 야심찬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들과 매우 잘 지냈는데 그들은 아무것도 내지 않았다. 이것은 미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재임 시절 한국산 트럭 관세 부과 사실도 언급했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한 한국과의 논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다시금 '4만 명'으로 부풀려 말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이 위험 속에 일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이날 경의선 및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한 데 대해서는 "한국이 지금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여러 곳으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남북 간 도로로 러시아·중국과 교류한 적이 없는데, 육로 왕래를 해 왔다고 오인한 듯한 발언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북한이 막 철로(실제로는 도로)를 폭파했다. 이것은 나쁜 소식"이라며 "오직 트럼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