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접전이 예상되는 미국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군소정당 후보가 가뜩이나 갈 길 바쁜 민주당의 속을 태우고 있다. 과거 대선에 두 차례나 출마했던 녹색당 질 스타인(74) 후보다. 양당 정치가 확고한 미국에서 이 사람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다. 하지만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은 스타인이 민주당 표를 나눠 가지는 바람에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에 기여했던 '전력'을 떠올리며 갈수록 노심초사다.
1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제3의 후보(무소속 포함)들은 공화·민주 양당 후보 경합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양당 후보의 표를 얼마나 잠식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눈엣가시는 스타인 녹색당 대표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민주당은 스타인이 이번 대선에서 이른바 '스포일러(spoiler·방해 입후보자)'가 될 것으로 본다. 내과의사 출신 스타인은 녹색당 후보로 두 차례 대선(2012년, 2016년)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올 대선까지 '3수'다. 이번엔 네바다를 제외한 경합주(州) 6곳을 포함해 38개 주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 저지, 소득 불평등 해소 등을 앞세운 스타인의 지지율은 1% 남짓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최근 "스타인에게 투표하는 것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스타인 반대' 광고까지 냈다.
민주당 입장에선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에게 졌던 2016년 대선에서 스타인이 민주당 표를 분산시킨 '일등공신'이라고 본다. 경합주 위스콘신만 해도 당시 스타인은 3만1,072표를 얻었는데, 이는 트럼프와 힐러리의 득표 격차(2만2,748표)를 웃돈 결과다.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패배한 것을 괴로워하는 민주당은 올해도 스타인이 민주당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걱정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스타인을 2016년 대선 스포일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과 녹색당의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것은 맞지만 "당시 스타인을 찍은 유권자가 반드시 힐러리를 지지했던 세력이라고 볼 증거는 없다"는 게 버나트 타마스 미 발도스타주립대 교수의 설명이다. 민주당 후보 앨 고어가 플로리다에서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에게 531표 차이로 졌던 2000년 대선 당시 녹색당 후보 랄프 네이더를 찍은 유권자는 9만7,421명에 달했다. 이 정도 지지는 얻어야 진정한 스포일러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고뇌를 일찌감치 간파했던 트럼프는 지난 6월 "나는 그녀(스타인)를 정말 좋아한다. 그녀는 100% 민주당 표를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인 대선 캠프는 "민주당이 올해 집권에 실패한다면 그건 노동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을 통과시키지 못한 자신들의 실패"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