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정권 유지냐, 야당 신승이냐… 일본 총선 쟁점은 ①비자금 스캔들 ②고물가 ③평화

입력
2024.10.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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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2일간 총선 일정 본격 돌입
자민·공명 "상황 엄중, 과반 확보를"
비자금 스캔들 심판론 키우는 야권
유권자 절반 이상 "고물가 대책 중요"

일본이 15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이시바 시게루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중의원 선거 일정에 돌입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권은 정권 유지를 위한 과반(233석) 의석 확보를, 야권은 여권 과반 저지를 목표로 세웠다.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 비판 여론이 들끓는 만큼 비자금 스캔들 대응과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 대책이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일본 총무성은 이날 중의원 선거를 공시했다. 각 정당은 중의원 전체 465석(지역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을 두고 27일 투표일까지 12일간의 표심 잡기 선거전에 들어갔다.

'자민·공명당 과반 확보' 여부가 이번 선거의 승패 기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자민·공명당이 온 힘을 다해 과반을 확보하고 싶다"고 밝혔다. 목표치는 지난 9일 중의원 해산 전 양당 의석수(288석)보다 55석이나 적게 잡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여권 과반을 무너뜨려 원내 1당이 되는 것이 목표다.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정권 교체야말로 정치 개혁"이라며 기존 의석수(98석)를 크게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권은 목표치를 낮게, 야권은 높게 잡은 것은 ①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심판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자민당 계파 일부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거둔 지원금을 비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민당 지지율은 추락했다.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정권 연장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자민당이 미온적으로 대응한 탓에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이 지난 12, 13일 유권자 1,2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2%가 '투표 시 비자금 스캔들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여권은 연일 고개를 숙이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유세 현장에서 "두 번 다시 비자금 스캔들은 없을 것이다.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심판론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바바 노부유키 일본유신회 대표는 "자민당은 이미 자정능력을 잃었다"고 공격했다.

②고물가 대책도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다. 장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부담에 일본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가 '총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57%가 '경기·고물가 대책'을 꼽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각 당이 고물가 대책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여권은 저소득층 지원금 지급과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이시이 게이이치 공명당 대표는 "임금을 물가상승률보다 높여야 하는데 여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감세로 맞섰다. 일본유신회는 현 10%인 소비세율을 8%로 낮추는 방안을, 공산당과 국민민주당은 5%포인트 인하를 제시했다.

③평화 정책도 야권이 키우는 총선 의제다. 사민당은 자민당이 추진하려는 헌법 개정(일본 자위대 헌법 명기)을 막아야 한다며 호소했고, 공산당은 일본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 니혼히단쿄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일본의 핵무기금지조약(TPNW) 참여를 주장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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