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명태균씨가 20대 대선후보 경선 당시 여론조사까지 조작한 정황이 공개됐다. 명태균발 여론조작 의혹은 공천개입 논란과 함께 민주주의 원칙과 정권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중대 사건이다. 그 당사자가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은 불가피하다.
어제 인터넷 언론에 공개된 명씨와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한 강혜경씨 간 통화 녹취 내용은 충격적이다. 명씨는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도록 결과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강씨는 응답 표본에 인위적으로 곱하기를 해 가짜 통계를 뽑아내라는 조작 지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녹취인 2022년 2월 28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A씨 간 통화에선 조작 지시가 더 구체적이다. 명씨는 A씨의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60세나 이런 데에서 윤 후보가 더 올라가지 않냐”며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했다. 수치가 조작된 여론조사 보고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극적 단일화가 이뤄지기 바로 전날 완성됐다. 명씨는 다른 통화에서 “맨날 윤석열한테 보고해줘야 돼”라고 하는가 하면, A씨에게 “이번 일 끝날 때까지만 고생해달라, 다 챙겨주라 하더라”고 말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정황마저 암시했다.
명씨의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대선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실은 부인 또는 침묵만 할 게 아니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홍준표 시장까지 여론 조작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가 아닌가. 더구나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씨는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제공한 3억6,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대가가 2022년 6월 재보선 때 김 전 의원 공천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검찰이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 도전인 여론조작 관련해 전격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조작, 문재인 정부의 드루킹 사건 역시 검찰과 특검이 나서 여론조작에 단죄를 내린 경우다. 윤 대통령이야말로 권력에 굴하지 않고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를 이끈 주인공이었다.
안 그래도 명씨가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는 김 여사 카톡 캡처본을 공개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적절한 조치가 제때 나오지 않는 한 정국혼란이 위험 단계로 커질 수 있음을 대통령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