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일 구로구청장 전격 사퇴... '170억 주식 백지신탁' 불복

입력
2024.10.15 16:59
170억 주식 백지신탁 대신 사퇴 결정
내년 4월까지 부구청장 대행 체제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전격 사퇴한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소유 회사 주식을 처분하라는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자, 주식 대신 공직을 내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구는 15일 "문 구청장이 16일 자로 사퇴한다"고 밝혔다. 2022년 7월 1일 국민의힘 소속으로 취임한 지 2년 3개월여 만이다.

사퇴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 구청장이 운영해 온 회사(문엔지니어링)의 주식 처리 문제로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 구청장은 1990년 서울 구로구 G밸리에 문엔지니어링을 설립·운영하고, 이 회사 주식도 4만8,000주를 보유해왔다. 이 주식을 포함 올해 3월 기준 문 구청장의 재산은 196억3,000만 원으로 서울시 구청장 중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2022년 6·1 지방선거 후에 직무 관련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3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도 문 구청장이 보유한 약 170억 원대 문엔지니어링 주식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한다고 보고, 해당 주식을 백지신탁하라고 했다.

이에 불복해 문 구청장은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하고 최근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문 구청장은 "회사가 관내 사업자가 발주하는 사업의 수주를 금지하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본점을 구로구에서 금천구로 이전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청장 지위에서 행하는 엔지니어링 사업에 관한 업무를 통해 회사의 경영 또는 재산상 권리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관 변경과 본점 이전만으로는 원고가 구청장으로서 회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차단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구청장이 사퇴하면 엄의식 부구청장이 대행 체제로 구정을 이끌게 된다. 새 구청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내년 4월 2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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