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시킨 15일 강원 고성, 경기 파주 등 접경지역에서는 안보관광과 조업이 중단되는 등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도는 이날 파주·연천·김포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이날 서부전선 접경지에 있는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옛 미군기지 캠프그리브스, 제3땅굴 등 일부 안보관광지 운영이 중단됐다. 비무장지대(DMZ)의 안보 관광 프로그램 운영도 일시 중단됐다. 군은 이날 오전 민통선 지역인 장단면 통일촌 등에 주민 이동 자제 권고 등 비상조치도 내렸다. 이완배(70) 통일촌 이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낮 12시쯤 폭발음이 크게 들렸다. 오전 10시에 주민 이동 자제 권고 조치가 내려져 주민들이 집 안에만 있었는데도 굉음이 나 크게 놀랐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동해안 최북단 안보관광지인 강원 고성군 현내면 통일전망대의 운영도 중단됐다. 전망대 측은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로 민통선 출입이 통제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전망대는 북한 도발징후가 포착된 11~13일 운영을 중단했다가 전날 문을 열었으나 하루 만에 다시 닫았다.
군은 현내면 명파리 등 민통선 이북 영농 주민에 대한 출입도 통제했다. 민통선 안에 자리한 양구 두타연 계곡 출입도 20일까지 중단되는 등 중동부 전선 관광지도 북한 도발의 영향을 받았다. 정혜육(67) 고성군 도원1리 이장은 "큰 동요도 없고 피해는 없었지만 추가 도발 여부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 조업도 중단됐다. 강원 속초해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저도어장을 비롯한 북방어장에서 조업 중인 어선 57척을 철수시켰다. 저도어장은 동해 북방한계선(NLL)과 어선의 조업한계선 사이에 자리한 최북단 조업지다. 접경지인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의 대피시설 116곳은 이날 모두 개방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피소 시설 점검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날 파주·연천·김포를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 등을 단속하기로 했다. 북한이 전날 8개 포병여단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 예비 지시를 하달한 데 이어 이날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등 군사 행동에 나서면서 대북 전단 살포 시 포격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주·연천·김포는 대북 전단 살포가 빈번히 이뤄지는 곳이다. 다른 접경지인 고양과 포천에 대해선 추이를 봐가며 위험구역 지정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경기도 측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있었던 3개 시군 11곳에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 금지를 알리는 게시판을 설치하면 위험구역 설정이 완료된다”며 “게시판 설치는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완료되는 시점은 22일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험구역 설정이 완료되면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단속한다. 위험구역에서 금지 또는 제한된 행위를 위반하면 형사입건해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김정중 경기도제1부지사는 “위험구역 설정은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조치"라며 "주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