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전세사기' 사촌형제 2심서 감형... "피해자들과 합의 노력"

입력
2024.10.15 15:43
1심 징역 3~5년→ 항소심 2년~4년 6개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자기자본 없이 보증금을 받아 주택을 매입) 방식으로 80억 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사촌형제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적 피해가 회복됐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이성복)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와 이모씨에게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사촌 관계인 두 사람은 1심에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범 장모씨 역시 1심(징역 5년)보다 가벼워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죄질이 나쁘지만, 책임을 다 인정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의 금전적 피해가 많이 회복된 것으로 보여 원심의 형을 다소 감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9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강서·양천구 등에서 전세보증금을 받고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은 81억 원, 장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은 5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중개보조원이던 김씨와 장씨는 임차보증금을 매매대금보다 비싸게 받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을 쓰면 자기자본 없이도 차액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공모했다. 이씨 역시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범행에 가담했다. 김씨와 장씨가 대상 주택과 임차인을 찾아오면, 이씨가 임대인이 돼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었다. 계약이 끝나면 후속 임차인의 보증금을 기존 임차인에게 건네는 '돌려막기' 방식을 썼다.

1심은 김씨와 장씨에게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마치 임대차 보증금이 정상 반환될 것처럼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그 과정에서 임대차 보증금 일부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나눠 가졌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역시 이들의 범행에 대해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피해 금액도 크다"면서도 처벌 전력이 없고, 금전적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일부 감형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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