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이 보고 있어요!"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나폴리맛피아의 식당을 예약하려고 예약 앱인 캐치테이블에 접속해 대기를 탔다. 매주 지켜보는 사람 수가 훅훅 늘더니 우승 발표가 나자 경쟁자가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좋은 식당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이동 약자를 위해 접근성 지도를 만드는 '계단뿌셔클럽'이 출연자 식당의 접근성 정보를 조사했다. 캐치테이블에는 없는 정보인데, 휠체어를 타거나 유아차를 동반해 식당을 방문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접근 레벨을 나눴다. 경사로가 설치된 식당은 거의 없고 건물에 턱이 없고 업장이 1층에 있거나, 1층 업장이 아니라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출입할 수 있고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는 입식 식당 등의 조건을 갖춘 '접근 레벨 0'의 식당은 40개 가운데 16개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최현석 셰프의 쵸이닷은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건물 입구에 서너 칸의 계단이 있고, 내가 예약하고 싶었던 권성준 셰프의 비아톨레도 파스타바는 출입구에 낮은 계단이 있다. 신식 빌딩이나 호텔이 아닌 업장들은 접근성이 더 떨어진다. 임차료 때문에 골목이나 주택 상권을 찾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걸 감수하고라도 낡은 빌딩을 리모델링해서 들어가기 때문일 거다.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거나 장애, 노화 등의 이유로 거동이 불편해지는 순간 취향과 감각의 반경을 급속도로 좁혀야 한다. 접근성 필터를 끼고 길을 걸어 보면 휠체어나 유아차가 가기 힘든 가게가 정말 많다. '○리단길'이나 '○로수길'이 생기고 인스타그램에서 식당, 카페 등 멋진 공간을 발견했을 때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다르지 않을 텐데 붐비는 장소에서 휠체어 탄 사람을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부모들은 외출할 때 지역 명에 아기의자를 많이 검색한다고 한다. '북촌 아기의자'나 '한남 아기의자'처럼. 아이를 안고 있을 수 있더라도 노키즈 존이 워낙 많다 보니 아기의자가 있는 식당에 가야 눈치가 안 보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려 주신 분이 말했다. "스타필드에 가면 합계출산율이 3명은 되는 것 같아요."
해결책은 지자체, 그리고 국가가 접근성을 보장하는 거다. 변호사와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모두의 1층'은 서울시 성동구를 중심으로 8개월 동안 주민 서명을 모아 지자체가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게 만들었다. 10월 23일에는 '건물이 90평 이하일 때 경사로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에 대한 공익 소송이 대법원에서 공개 변론으로 다뤄진다. 대법원 공개 변론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 웹사이트에는 희망 업장에게 경사로를 지원하는 지역들의 정보를 모아 뒀다. 우리 동네에 조례가 없다면 지지 서명에 동참할 수도 있다. 지자체가 맨날 하는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면 역공약을 제안해 보자. 다른 지역에 선례가 있는 조례는 복붙이 쉬운데 중요한 건 주민 요구가 많다는 걸 지자체에 설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0만 명에는 휠체어나 유아차가 필요한 동료와 친구, 갈수록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하는 우리 가족도 있다. 좋은 데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가면 좋겠다. 조금의 관심만 더 모으면 정치가 그런 일을 하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