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에 있는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 관계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확전 양상이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57만 명 규모의 당원 명부가 홍 시장 측에서 흘러나갔다는 명씨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서다. 홍 시장은 유출자로 지목된 대구시 공무원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명씨는 홍 시장과 밀접한 관계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해당 공무원이 명씨와 각별했던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홍 시장과 명씨 관계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15일 명씨와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홍 시장 측으로부터 당원 명부를 받아 여론조사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을 하다가 최근에 대구시 서울사무소 대외협력팀장으로 영입됐던 최모씨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자발적으로 우리를 돕기 위해 자비로 우리 여론조사를 했다고 자복했다"며 "즉각 사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홍 시장은 "최씨가 우리 측으로부터 당원 명부를 받았는지 여부는 기억이 없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명씨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여권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언급하자 홍 시장은 이를 부인했다. 실제 홍 시장은 10일 명씨에 대해 "문제 인물로 보고 애초 접근을 차단했다"며 "작업한 여론조사를 들고서 각종 선거캠프를 들락거리던 선거브로커"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전날도 "최씨는 대선후보 경선 때 우리 캠프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라면서 "이런 자(명씨)와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관계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홍 시장과 밀접한 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전날 CBS라디오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홍 시장을 30년 만에 만나서 화해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거기에 배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원 명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홍 시장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이 의뢰해서 미래한국연구소에 연결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기관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같은 날 SNS에도 홍 시장을 향해 "망신당하지 말고 그만하라"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명씨가 활동했던 경남 지역 정가에서는 홍 시장과 명씨 관계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명씨와 여론조사 업무를 함께했던 한 지역 인사는 "명씨가 2017년 대선 당시에도 홍 시장 캠프 쪽에 줄을 대려고 했는데, 홍 시장이 크게 화를 내면서 선을 그었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이후에도 홍 시장과 연을 맺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명씨와 가까운 다른 인사는 "명씨 가족이 과거 홍 시장이 경남지사 선거를 치를 때 도움을 줬다고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