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 부부가 단체 주문이 들어온 햄버거 중 일부를 몰래 훔쳐 달아났으나, 경찰이 수사에 난색을 표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업주의 주장을 부인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선 경기 평택시 미군부대 근처에서 3년째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최근 한국 군인들로부터 단체 주문을 받아 햄버거 108개를 만들었다. 이를 상자, 비닐봉투 등에 담아 매장 내 테이블 위에 올려 뒀다. 그러나 단체 주문한 군인들로부터 햄버거 2개가 모자라다는 얘기를 듣고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CCTV엔 포대기에 싼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외국인 남성이 비닐봉투에서 햄버거 2개를 꺼내 포대기에 숨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 옆에는 배우자로 보이는 여성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이후 자신들이 주문한 음식을 받아 들고 매장을 떠났다.
A씨는 이 일행을 단번에 알아봤다. 이전에도 매장에 와서 문제를 일으켰던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밀크셰이크가 신선하지 않다며 재조리를 요구하거나, 햄버거 소스를 따로 달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음 날 찾아와 다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에 CCTV 자료를 건네며 외국인들을 신고했으나 며칠 후 경찰로부터 여성이 미군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A씨는 경찰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 때문에 수사가 어렵고, 검찰이 재판을 포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A씨에게 "범인인 미군을 만나도 괜히 자극하지 마시라"라고 조언했다고도 전했다.
A씨는 "장사하는 한 (범인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며 "신고한 것이 알려지게 되면 (이들이) 해코지하거나, 처벌 안 받는다는 것을 알고 이상한 짓을 할까 봐 너무 겁이 난다"고 호소했다.
SOFA에서 가장 독소적인 조항으로 알려진 22조 5항은 살인이나 성폭행 등 12개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현장에서 체포했을 때만 우리 수사기관이 신병을 구금할 수 있고, 기타 범죄는 기소 시점에야 신병을 넘겨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건 초동 수사단계에서 한국 경찰이 미군의 신병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양지열 변호사는 "SOFA 규정에 의해 재산 범죄는 재판권이 미군에 있어서 우리는 수사권 자체가 없고, 살인·방화 범죄도 (현행범이 아니면) 수사한 뒤 나중에야 우리가 (신병을) 넘겨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주한미군 헌병대의 협조를 받아 피의자를 특정했고, 소환 조사는 헌병대를 통해 확인 중에 있다"며 "거쳐야 할 절차가 많고 미군과 협의할 것도 있지만 수사엔 전혀 지장이 없고, 처벌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