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크루 시대의 카본화 논쟁 ... "페이스가 4분대라면 신어라"

입력
2024.10.18 11:30
14면
[조태성의 이슈메이커]
마라톤 70여 회 완주자 남혁우 의사가 말하는
러닝 크루 시대의 올바른 달리기 방법
"미드 풋 맹신은 10여 년 전 퍼진 과장된 이야기
카본화 또한 초보에겐 부상 위험만 높이고
오래 신으면 달리기 근육이 오히려 줄어
초보는 심폐 지구력 높이는 연습에 집중해야"

편집자주

한국의 당면한 핫이슈를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제가 리어 풋(rear foot·뛸 때 뒤꿈치부터 닿는 착지법)이라 판정해 드리면 하늘이라도 무너진 사람처럼 우울해하세요. 스스로는 미드 풋(mid foot·발 가운데가 먼저 닿는 착지법)으로 뛴다고 알고 있고 또 당연히 미드 풋으로 뛰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하하하."

'러닝 크루'의 시대다. 해 떨어진 뒤에도 하얀 구름이 한참이나 도드라져 보이는 맑디 맑은 가을 밤, 도심 어디에서나 달리는 사람을 찾아볼 수 있다. 각종 달리기 대회 또한 매주 전국 어디선가에서 열리고 있다. 예전엔 중년 아저씨들의 취미였다면, 이젠 2030 남녀 젊은이 모두 열광한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마라톤 완주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더니, 가녀린 여자 연예인 4명이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는 예능 프로그램 '무쇠소녀단'도 등장했다.


기안84, 무쇠소녀단 ... 예능 점령한 달리기

동네 뒷산을 가도 히말라야 정복할 듯 챙겨 입어야 하고, 자전거 도로가 뚫리자 1,000만 원대 카본 로드 바이크 정도는 타줘야 하고, 테니스가 유행이라니까 동대문 일대의 오래된 전문점들이 물량을 대지 못할 정도로 온갖 라켓과 스트링들을 모조리 섭렵해줘야 속 시원한 대한민국 아니던가. 러닝 바람이 불자 착지법이 어쩌구 하더니 이제 30만 원대를 넘나드는, 때론 훌쩍 넘기기도 하는 고급 카본 레이싱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마침내 '러닝화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달리기가 인기 있고, 또 권장하는 운동인 이유는 직립보행하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또 가장 가볍게 입문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다. 그 달리기가 이렇게 복잡해져도 될까. 서울 중랑구 망우동 남정형외과의 남혁우(53) 원장을 만났다.

남 원장은 2012년 달리기에 입문한 이래 마라톤 완주만 78회에 이른다. 기록은 3시간 18분 정도. 아마추어 러너들의 꿈의 기록이라는 이른바 '서브 3(3시간 아래로 완주)'에 아직 못 다다랐지만 무리하기보다는 부상 없이 오래도록 천천히, 그러나 서서히 기록을 높이는 쪽에 관심이 있다. 지금도 마라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완주하고 간간이 트라이애슬론, 100㎞ 울트라 마라톤 같은 대회에도 나간다. 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단체팀도 만들어 단체전에도 출전한다.


달리기 열풍이 거센 '러닝 크루'의 시대

해외도 뛴다. 미국 보스턴과 시카고 마라톤은 뛰었고 올해는 11월 뉴욕 마라톤을 준비 중이다.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마라톤까지 섭렵해 흔히 말하는 '세계 6대 메이저 대회'를 다 뛰어볼 생각이다. 달리기를 좋아하다보니 달리기 공부를 열심히 했고 '달리기의 모든 것'이란 책도, 자신의 병원을 찾은 환자들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도 냈다.

그래서인지 병원부터 남다르다. 정형외과인데 병원 입구엔 마라톤 사진이 내걸려 있고, 달리기의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는 스웨덴에서 공수한 장비가 병원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다.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이제 갓 러닝을 시작한 듯한 초보자나 우락부락한 철인 느낌의 사람들이다. 러너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소문났다는 '러너들의 성지'다운 느낌이었다.


-최근 러닝 열풍, 느껴지시는지.

"확실히 그렇다. 예전엔 한강 뛰면 나밖에 없어서 너무 좋았다. 대회 출전도 아주 쉬웠다. 그런데 지금은 어딜 가도 뛰는 사람들이 많고 좀 괜찮은 대회 한 번 출전하려면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젊은이들도 확실히 늘었다. 예전엔 다른 운동도 하면서 뛰기도 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아예 다른 운동을 내려놓고 본격적인 러닝에 입문하시려는 분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러닝화 구하는 것도 전쟁이다. 가끔 옛날이 그립다."

남 원장은 목 디스크 때문에 달리기 시작했다. 앉아서 공부하고 진료하는 세월이 오래됐기 때문일까. 볼펜도 손에 못 쥘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수술을 고민할 무렵 형이 러닝을 권했다. 좀 뛰었더니 몸이 가벼워졌다. 디스크 때문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뛰는 것 외엔 답이 없기도 했다. 이듬해 형이 마라톤 대회 출전 신청서도 대신 내줬다. 그렇게 뛴 게 2013년 봄 동아마라톤 대회. 5시간 10분 완주가 첫 기록이었다. "뛰었다기보다는 거의 기어들어 가다시피 피니시 라인에 들어간 셈"이라며 웃었지만 달리기는 쭉 이어졌다.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25㎞ 이상 뛰어야 가능

-기록이야 그래도 어쨌든 반년 만의 완주인 셈인데, 그땐 어떤 방식으로 연습했나.

"그땐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뛰었다. 지금 와서 보니까 일단은 달리기 자체에 익숙해지면서 거리를 차츰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주 3, 4회 정도 뛰면서 2주 간격으로 거리를 10%씩 늘리는 거다. 이번에 5㎞ 뛰었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면 2주 뒤에 5.5㎞를 뛰는 거다. 반대로 무리가 간다면 5㎞를 안정적으로 뛸 수 있을 때까지 좀 더 연습하는 방식이다. 시간 단축보다는 거리를 늘려 나가는 게 좋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꿈인 사람이 많다. 어느 정도면 도전할 만한가.

"개인별 운동신경, 체력 등이 모두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제가 권하는 대략적인 기준은 25~30㎞ 정도를 혼자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면 그때 풀코스를 한번 도전해 보라는 정도다. 그래야 부상 위험이 가장 적다."

-무슨 운동이건 좀 된다 싶을 초반엔 욕심내다 부상도 잘 당하는데.

"나도 그랬다. 2014년 제주도 100㎞ 울트라 마라톤에 출전했다. 12시간 정도 걸려 거의 제주 반 바퀴를 도는 코스였다. 완주는 했는데 상당히 힘들어서 오랫동안 달리기를 쉬었다. 지금도 울트라 마라톤 같은 건 좀 조심하는 편이다."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건 그 때문이기도 하다. 정형외과 의사이기도 하니 이런저런 자료를 뒤져봤는데 일단 자료가 부족했고, 미국 영국 쪽 자료를 찾아도 달리기 선수를 관리하는 차원의 연구가 많았다. 일반인 러너이자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남 원장의 관심사는 '기록을 다투는 선수들의 빨리 달리기'보다 '보통 사람들이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래 달리기' 쪽이다.

-부상은 어떻게 생기는가.

"러닝 자체는 부상이 덜하다. 달리기 많이 하면 관절이 빨리 닳는다고들 하는데 해외 논문 같은 걸 보면 오히려 러닝이 가장 덜 닳는다. 한 방향으로 쭉 뛰어가기 때문이다. 방향 전환이 심한 운동, 그러니까 테니스, 축구 이런 게 되레 관절에 더 부담을 준다. 빨리 늙는다고도 하는데 그건 자외선 때문이니까 밤에 뛰면 된다. 하하. 러닝 부상은 대개 오버 유스(over use), 과사용 때문이다. 달리기가 워낙 간단한 운동이다보니 가볍게 여기는 거다. 5㎞ 겨우 뛰는 체력인데 갑자기 10㎞에 도전한다든지 하는 경우다."


미드 풋은 10여 년 전 널리 퍼진 잘못된 믿음

-요즘은 전부 다 착지법 얘기다.

"물론 자세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명심할 건 착지법은 맨 나중의 일이라는 거다. 달리기는 온몸 운동이다. 발이 아니라 몸 전체 움직임이 중요하다. 일단 척추가 곧추서야 한다. 상체는 앞으로 약 2~3도 정도, 그러니까 아주 살짝 기울었다는 느낌으로 뛰어야 하고 그다음 고관절이 자전거 페달 돌릴 때처럼 자연스럽게 잘 돌아가야 한다. 속도 낸다고 몸을 너무 앞으로 기울이면 고관절 앞부분 가동 범위가 작아지고 그러면 다리 뒤쪽 햄스트링에 부담이 쌓여 결국 문제가 생긴다. 발의 어디가 땅에 먼저 닿아야 하는가라는 착지법 문제는, 척추가 바로 서고 골반이 균형 잡히고 고관절이 원활하게 돌아간 뒤 다리 회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문제다."

미드 풋, 리어 풋 말고 발의 앞부분이 먼저 닿는 포어 풋(fore foot)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논문을 보면 포어 풋까지 구분 짓는 건 드물고, 포어 풋과 미드 풋을 하나로 합친 뒤 리어 풋과 구분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리어 풋 하면 부상이 많다는 얘기는 신빙성이 있는 건가.

"우리나라에서 미드 풋은 거의 종교 수준이 돼버려서 이제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려운 수준이 됐다. 하하하. 기원을 따져 보자면 아프리카 선수들이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미국, 특히 하버드대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미드 풋이라 잘 달린다'라고 하면서 널리 퍼진 얘기다. 그런데 여러 연구를 보면 미드 풋과 리어 풋은 속도는 물론, 부상 횟수나 정도 또한 비슷하다. 미드 풋은 발과 정강이 쪽에, 리어 풋은 허벅지 쪽 부상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정도의 차이다. 그런데 이 또한 그게 오로지 착지법으로 인한 부상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그보다 훨씬 더 확실한 건, 갑자기 착지법을 바꾸면 부상 위험성이 더 크다는 거다. 미드 풋이 유행이라고 억지로 미드 풋으로 갈아타는 게 더 위험하다."


억지로 미드 풋 쓰면 오히려 부상 위험 커진다

-리어 풋으로 하면 브레이크가 걸리는 셈이라고 설명하는 유튜브가 많다.

"그 문제는 오버 스트라이드(over stride), 과한 보폭의 문제로 봐야 한다. 다리를 뻗을 때 내딛는 발이 몸의 무게 중심인 척추보다 10㎝ 이상 앞에 있다면 오버 스트라이드로 봐야 한다. 발이 몸의 중심보다 훨씬 앞에 떨어지면 당연히 과도한 리어 풋으로 디디게 되고 다리와 몸에 충격이 온다. 그러니까 발이 몸의 중심에서 10㎝ 이상 안 벗어나게 내딛고 케이던스(분당 스텝 수)로 따지자면 175~180회 정도가 적당하다. 발이 땅에 오래 붙어 있지 않게, '무겁게 쿵쿵쿵'이 아니라 '가볍게 타닥타닥' 뛰어야 충격이 덜하고 피로나 부상도 덜하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전 선수도 미드 풋으로 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 발은 척추, 고관절, 다리의 움직임에 맞춰 자연스럽게 발이 땅에 떨어지는 게 제일 좋다. 선수들은 기록 경쟁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야 당연히 속도를 내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리어 풋이 나온다. 발이 땅에 닿는 그 순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는 건 그 얘기다. 그 사람들이 언뜻 미드 풋으로 보이는 건 오랜 훈련으로 다리가 몸통을 밀어주는 힘이 좋으니까, 한 번 다리를 박차고 나갈 때 몸이 앞으로 쑥 밀려나가니까 미드 풋처럼 보이는 거다. 요즘엔 모두들 미드 풋, 미드 풋 하니까 심지어 선수들조차 미드 풋으로 뛰어야 하는 줄 알고 착지법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뛰어보면 이게 아니라며 대부분 리어 풋으로 되돌아간다."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에서 미드 풋은 종교 같다.

"해외 선수들도 리어 풋이 많다. 심지어 오른발은 리어 풋, 왼발은 미드 풋을 쓰는 사람도 있다. 오른손잡이라 오른쪽에 힘이 있으니 오른발은 앞으로 쭉 뻗는데, 왼발은 그만큼 힘이 안 돼서 쭉 뻗질 못하니 그런 착지법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달리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전체적 몸의 균형이지 착지법 그 자체가 아니다, 리어 풋이나 미드 풋을 굳이 따지자면 속도나 부상 측면에서 비슷하다, 킥보드 타고 저어 나가듯 자연스레 밀어주듯 뛰는 게 제일 좋다' 정도다."

-자기 발로 뛰는데 자기가 미드 풋인지 리어 풋인지 모를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 미드 풋 얘기하시는 분들도 막상 뛰는 거보면 리어 풋인 분이 많다. 해외에서도 '미드 풋이라더니 측정 결과 대부분 리어 풋이더라'는 연구논문도 있다. 리어냐, 미드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민감한 차이다. 우린 눈으로 보고, 모션 매트릭스로 보고, 압력 측정기로 발바닥 압력을 측정해 착지법을 판정하는데, 완전 발뒤꿈치로 쿵 찍는 극단적인 리어 풋을 쓰는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에 의외로 자기 착지법을 잘 모른다."


카본화만 신으면 달리기 근육 퇴화할 수도

-요즘 카본 러닝화 논쟁도 한창이다. 어떻게 보시는지.

"비유하자면 카본화는 탄성이 엄청 좋은 농구공 같은 거다. 팔과 손의 힘, 다리의 스피드가 충분하다면 멋진 드리블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손가락, 손목을 다치거나 공이 엉뚱하게 튀어서 몸이나 얼굴을 때릴 수도 있다."

-장점은 분명 있는 셈인 건가.

"물론이다. 여러 연구를 보면 카본화를 썼을 경우 에너지 효율이 3~4% 정도 더 좋아진다고 나온다. 이걸 마라톤에 대입하면 적게는 3~4분, 길게는 10분 정도까지 기록이 올라간다. 고작 몇 초 줄이려고 기를 쓰는 게 마라톤인데 이 정도라면 엄청난 차이다. 다만 자신의 하체 근력이 카본의 탄성을 받아낼 수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이 정도면 카본화를 신어볼 만하다, 라고 대략 기준을 잡는다면.

"카본화를 잘 활용한다는 건 달릴 때 카본을 꾹 밟아주고 그 카본이 휘어지는 걸 느끼면서 탄성을 받아서 튀어나간다는 건데, 그 정도가 되려면 ㎞당 6~7분 페이스로는 안 되고 최소한 4분대의 페이스, 그러니까 시속 12~15㎞ 정도의 속도로 오랜 시간 일정하게 달릴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카본의 장점도 못 살리고 발목이나 종아리 쪽에 부상이 올 수도 있다."

-카본화가 되레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아무래도 탄성을 감당하지 못하면 그렇다. 또 해외엔 카본화에 익숙해지면 다리 근육이 되레 약해지는 '불용성 위축'이 온다는 자료도 있다. 신발이 알아서 탁탁 튕겨주니 다리 근육을 덜 쓰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 카본화는 대회에나 쓰고 평소 연습할 땐 그냥 러닝화를 신는 게 낫다."


부상당하지 않고 오래 뛰는 걸 목표로 삼자

-초보 입문자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 거리를 서서히 늘려나가는 데 집중한다. 착지법 어쩌고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뛰어야 한다. 다만 보폭은 좁게 하고 케이던스를 높이는 방식으로 뛰고 무릎을 과하게 높이 들지 않도록 한다. 케이던스는 180회 정도가 적당하고 발바닥이 땅을 스치듯 뛴다. 이렇게 하면 다리를 좀 더 빨리 휘저어야 해서 그냥 뛰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하지만 그 덕에 부상은 줄이고 심폐지구력은 더 높일 수 있다. 초보 러너들의 부상 대부분은 이렇게 뛰는 게 갑갑하니까 못 참고 성큼성큼 뛰다가 생긴다. 신발은, 요즘 워낙 쿠션이 좋으니까 자기에게 편하고 예쁜 거 고르면 된다."

-국외 자료, 국내 사례를 오래 봐왔다. 한국 러너들만의 특징이 있을까.

"정말 열심히들 하신다. 그런데 너무 정석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외국 사람들은 그냥 뛰다가 이상하면 수정한다. 우린 너무 이론적이다. 달리기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직 의사도, 선수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거다. 그러니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다치지 않게 조금씩 늘려가는 게 제일 좋다. 달리기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건강 아닌가."

달리기에 심취하다 보니 고충도 있다. 처음엔 달리기 부상을 치료해 주다, 점점 주법에 대한 평가와 진단까지 해주게 됐고, 그러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 동안 수행할 수 있는 회복 운동 프로그램까지 짜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쯤이면 병원인지 러닝 클리닉인지 헷갈릴 법도 하다. 마음은 복잡하다. "병원이니까 그래도 제일 우선은 '환자 치료'인데 가끔 그 선을 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달리기가 너무 궁금해서 멀리 지방에서, 심지어 해외에서도 찾아오시니···."

조태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