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사체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살아있다고 볼 수 있을까.
10월 16일은 비봉이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방류된 지 2년 되는 날이다. 당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언론 브리핑까지 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비봉이는 방류 첫날부터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2년이 지났지만 비봉이 방류 결과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다는 데 있다. 해수부는 당초 결과 발표는 백서 발간을 통해 대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백서는 아직도 발간되지 않고 있다. 선박과 차량을 이용하던 비봉이 모니터링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해수부는 당초 '남방큰돌고래 자연 방류 현황 및 효과분석을 위한 백서'를 지난해 6월에 출간하겠다고 밝혔으나 7월부터 4개월간 제주 고래류 현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발간을 미뤘다. 해수부 관계자는 "내용은 다 확정된 상태지만 백서 내 문장 수정으로 당초 9월 안에 발간하려던 일정이 연내로 미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1권은 교육용으로 전반적인 남방큰돌고래 현황, 2권은 비봉이 방류 상황을 중심으로 각각 발간하려 했지만 한 권으로 합쳐지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서 내용에는 비봉이 방류 결과와 평가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비봉이 사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비봉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데다 방류 실패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백서에는 방류 과정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평가가 담긴다"고만 밝혔다.
해외 전문가들과 국내 시민단체들은 이미 비봉이가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세계적 고래류 학자 나오미 로즈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비봉이뿐만 아니라 (2017년 방류됐다 지금까지 실종된) 금등, 대포 역시 발견되지 않는데 살아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봉이 실종이 1년이 되던 지난해 8개 동물단체는 비봉이 방류협의체(해수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에 방류 실패 인정과 책임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주 연안 정주성 해양동물인 남방큰돌고래 특성상 방류 1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은 비봉이는 죽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이었다.
비봉이 방류를 놓고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비봉이가 ①원서식지에 ②젊고 건강한 개체를 ③가능한 한 짝을 지어 방류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비봉이는 어릴 때(3~6세) 잡힌 데다 수족관 생활(17년)이 길었고 단독으로 방류해야 하는 점은 우려를 키웠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은 묵살된 채 협의체 주도로 방류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동물자유연대는 결국 협의체에서 빠지기도 했다.
비봉이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인간의 판단이 동물에 대한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정부는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류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박정윤 수의사도 "비봉이 방류에는 남방큰돌고래라는 종(種)에 가려져 비봉이라는 개별적 존재의 복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며 "이제는 대의명분이 아닌, 이들에게 어떤 정책이 실제 도움이 되고 필요한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수부 측은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해 주요 출현 지역인 제주 신도리, 김녕리 인근 해역을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120여 마리에 불과한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