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 목표치 확보 못하고도 '흐뭇' 표정 관리하는 까닭은

입력
2024.10.15 09:00
1면
영풍·MBK, 고려아연 주식 5.34% 확보
총 지분 38.47% 확보…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임시주주총회 열고 표 대결 나설 듯
MBK "한국 자본시장에 이정표로 남을 것"


MBK파트너스(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 마지막 날인 14일 5.34%의 지분을 확보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로써 고려아연 최대주주에 올라선 영풍·MBK 측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최윤범 회장 측과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총 110만5,163주(발행주식수의 5.34%)가 청약에 응했다. 이들 연합은 계획한 대로 주당 83만 원에 이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다. 앞서 이들은 최소 매입 수량 조건을 삭제했다. 이로써 이들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가 보유하던 기존 지분 33.13%에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을 더해 38.47%를 확보하게 됐다. 다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대 목표치(14.61%) 확보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같은 날 끝난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지분 1.85%를 쥐고 있는 영풍정밀 지분도 목표 물량(43.43%)을 확보해 의결권 표 대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영풍정밀 청약 응모 수량은 이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최 회장 측이 진행 중인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오히려 높아져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으로 전체 상장 주식 수가 줄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 공개매수는 23일에 끝난다.

영풍·MBK 측은 이를 바탕으로 고려아연의 임시 주총을 소집해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영풍·MBK 측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인으로 장 고문을 뺀 나머지 12인은 최 회장 측 인사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0.13% 하락한 7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영풍·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83만 원)에 못 미치는 가격이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89만 원으로 제시한 상태다. 주가는 장중 한때 82만 원까지 올랐지만 장 후반에는 상승분을 반납했다. 영풍정밀은 5.31% 상승한 3만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MBK 연합이 제시한 공개매수가(3만 원)보다는 높지만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3만5,000원)보다는 낮다.

MBK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MBK·영풍은 이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 지배를 공고히 하고 투명한 기업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러한 노력의 첫걸음으로 우선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며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앞서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주주총회 결의 없이 배당가능이익에 임의적립금을 포함했다며 이를 통한 자사주 매입은 배임에 해당하기에 멈춰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둔 상황이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