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 57명이 재직했던 국립대병원에 사직서 지연 처리를 이유로 8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병원은 장기화된 경영난에 소송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대병원 10곳에서 받은 '전공의 사직 처리 지연 관련 소송 현황'에 따르면 전공의 57명은 경북대병원을 제외한 국립대병원 9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인당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1,500만 원이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난 2월 말부터 정부가 사직서 수리를 허용한 6월 초까지 3, 4개월치 급여를 합친 액수로 추정된다. 9개 병원에 청구된 전체 금액은 8억5,500만 원이다.
병원별로는 전남대병원이 16명(2억4,000만 원)으로 소송 참여 전공의가 가장 많다. 이어 서울대병원 11명(1억6,000만 원), 강원대병원·충남대병원 각 8명(1억2,000만 원), 부산대병원 6명(9,000만 원), 충북대병원 3명(4,500만 원), 제주대병원·경상국립대병원 각 2명(3,000만 원), 전북대병원 1명(1,500만 원) 순이다.
전공의들은 "의료법 제59조와 전문의수련규정 제15조에 따른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은 국민 보건의 중대한 위해 발생과 연관이 없고 민법 제661조 및 근로기준법 제7조에 따라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업, 개원 등의 제약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병원이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은 강원대병원 5,800만 원, 서울대병원 2,530만 원으로 파악됐다. 다른 병원들은 소송 대응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아 아직 소송 비용을 산정하지 못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은 법무법인 한 곳을 통해 소송을 낸 반면 개별 병원은 동일한 사안임에도 각자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패소할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경영 위기에 재정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531명 가운데 사직자는 1만1,732명(86.7%)이다. 국립대병원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수련병원에서 제2, 제3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 의원은 "병원들은 정부 정책을 이행했을 뿐인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교육부와 복지부가 병원의 법적 분쟁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