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도 무시하는 인도 힌두 정치권 '무슬림 차별'... 식당 종교 공개 강행 논란

입력
2024.10.15 04:30
힌두교 순례 빌미 '식당 실명제' 도입
대법원 '무슬림 차별 조치' 제동에도
일부 주 "위생 차원 필요" 제도 부활
무슬림 식당 주인·종업원 설 곳 잃어

인도 정치권의 무슬림 탄압이 거세지고 있다. 힌두교도가 장악한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모든 식당 간판에 구성원 이름을 적시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이 도입되면서다. 두 종교는 사용하는 이름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이 조치는 사실상 인도 사회 소수자인 무슬림을 식별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인도 힌두교 정치권은 연방 대법원 제지도 무시할 기세다.

사실상 '종교 공개' 지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7월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우타라칸드주(州),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당국은 길거리 식당에 "업주와 종업원 이름을 간판에 적어 손님들에게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사실상 식당 구성원의 종교를 밝히라는 지시였다. 이 지역은 모두 힌두교 극단주의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당시 지역 당국은 이 조치가 무슬림을 겨냥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제도 도입 배경으로 같은 달 22일 시작했던 힌두교 순례 행사 '칸와르 야트라'(Kanwar Yatra)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참여한 힌두교도들은 각지에서 출발해 몇 주 동안 성지인 갠지스강까지 맨발로 걸어 이동한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채식만 해야 하는데 무슬림이 운영하는 식당을 방문했다가 자칫 '부정한 음식'을 먹게 될 수 있어 구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지방 당국 명령의 취지였다.

그러나 시민사회 및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이 조치가 인도 정치권의 무슬림 탄압 연장선에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중앙정부 수반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4~6월 실시했던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 사원을 대거 힌두교 사원으로 바꾸는 등 '종교 정치'를 적극 활용했다. 인도 인구 14억 명 중 80%가 힌두교도이며, 약 14%에 불과한 소수집단 무슬림과 감정의 골이 깊은 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이번 식당 실명제를 주도한 요기 아디티아나트 우타르프라데시 주지사 역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소속 힌두교 극단주의 인사다.

힌두 극단주의자 "오물 성전" 가짜뉴스

결국 연방 대법원이 나서서 지난 7월 우타르프라데시주 등이 도입했던 식당 실명제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지방 정부는 멈추지 않았다. 요기 주지사가 대법원 판결 두 달 뒤인 지난달 똑같은 명령을 내린 것이다. 최근 인도 각지에서 종교 불명 종업원이 음식에 오물을 섞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건 2건이 발생한 것이 빌미가 됐다. 요기 주지사는 '위생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 제도 재도입 이유라고 주장했지만 무슬림 탄압 조치라는 의혹이 거세다.

가디언은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은 최근 사건을 두고 '무슬림이 오물 성전(聖戰)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 사건이 힌두교도를 겨냥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무슬림들은 식당 문을 닫거나 오랜 기간 일했던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가디언은 "무슬림 식당 주인들은 힌두교 극단주의 단체에 의한 테러 또는 불매 운동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2014년) 모디 총리 집권 10년 동안 무슬림 차별 및 공격이 점차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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