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 찾은 SPC 그룹…외부 출신 손에 '안살림 인사' 맡긴 까닭은

입력
2024.10.14 18:00
신세계 출신 임병선, SPC그룹 대표 내정
허영인 회장 석방 이후 첫 고위급 인사
대외 업무 더해 내부 챙기는 인사 맡겨
파리바게뜨 노조와 갈등 풀지 주목


초유의 회장 구속 사태를 겪은 SPC그룹 임병선 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그룹 대표이사로 14일 내정했다. 인사 전문가인 임 대표는 수장 공백으로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데 힘쓸 전망이다. 특히 그가 민주노총 탈퇴 강요 건으로 갈등을 빚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동조합 간 깊은 감정의 골을 풀어낼지 주목된다.

SPC그룹은 이번 주 중에 이사회를 열어 임 대표를 최종 선임하고 인사, 법무, 대외협력, 홍보,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분야를 맡길 예정이다. 이는 3월 초 4·10 총선에 출마한 남편을 돕겠다는 이유로 취임 1년 만에 갑작스레 물러난 강선희 전 대표의 업무로 주로 회사의 바깥 살림을 책임진다.

임 대표는 또 SPC삼립, 파리크라상 등 SPC그룹 계열사 사장단 협의체 'SPC WAY 커미티'의 의장도 수행한다. 4월 취임 이후 임 대표 부문까지 총괄해 SPC그룹 대표를 이끌던 도세호 대표는 안전 경영·상생 협력 분야만 관장한다. SPC그룹은 기존에도 투톱 체제로 수뇌부를 꾸려왔다. 기업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 대표와 비슷한 SPC그룹 대표는 허 회장을 가까이에서 돕는다.

업계에서는 임 대표 내정 시기와 그의 경력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그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에 대한 민주노총 탈퇴 강요 혐의로 4월 초 구속됐던 허 회장이 9월 초 보석으로 풀려난 후 나온 첫 최고위급 인사다. 허 회장이 경영 일선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이번 선임에 관여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허영인 '사법 리스크' 완화 역할도



임 대표가 인사통인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신세계그룹 전략실 인사총괄 부사장을 지내는 등 경력 대부분을 인사 분야에서 쌓았다. 그러다 보니 SPC그룹은 임 대표에게 원래 업무인 대외 활동에 더해 조직 안살림인 인사까지 맡겼다. 직전 대표 체제까지만 해도 인사는 강선희 전 대표가 아닌 SPC 근무 경력 30년인 황재복 전 대표 소관이었다. 황 대표 역시 허 회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8월 말 보석 석방됐다.

임 대표는 장기를 살려 허 회장 구속 등으로 불안정했던 조직을 추스르는 데 공을 들일 전망이다. 허 회장 등 경영진과 파리바게뜨 노조 사이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PC그룹이 최근 강화한 대외 업무 인력과 함께 허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는 역할도 맡는다. SPC그룹은 7월 국회 대관 담당 임원으로 여선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뽑고 홍보 총괄 부사장을 교체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신임 대표는 조직 문화의 변화·혁신을 이끌고 계열사와 소통을 강화해 '글로벌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향한 그룹 비전 실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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