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주미 한국대사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 확보를 위해 우선 현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확보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원 질의에 대한 답이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 확보는 이른바 ‘잠재적 핵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국내외적으로 예민한 안보사안이라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핵 선제공격을 명시하는 등 북한의 핵 위협이 노골화하는 마당에 '독자 핵무장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잠재적 핵능력 확보에 대한 정부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이미 일본은 198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했다. 안보전문가 사이에선 잠재적 핵능력을 현실적 대안으로 보는 흐름이 있다.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위반하는 독자 핵무장은 광범위한 국제 제재와 고립을 무릅쓰고 취할 선택지가 아닌 만큼 유사시 수개월 내 핵능력을 갖출 기술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42년 만에 개정한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은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 확보만 미국과의 협의하에 가능할 뿐 사용후 핵연료, 즉 플루토늄 재처리 권한은 허용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플루토늄 재처리는 핵무기 외에 상업 용도론 미개발 상태이고, 폐연료 부피를 줄이는 정도다. 사문화 단계에 있지만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엔 우라늄 농축과 핵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어 비핵화 의지에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점도 고려됐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추진은 핵무기 전용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와 경계심이 필연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25기 원전을 보유하고도 핵연료를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우라늄 농축시설 확보가 더 급하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핵의 평화적 이용 기반하에서 잠재적 핵능력을 갖춰 나가는 게 필요하다.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할 논리를 세우고, 핵능력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