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쇄한 한강 책 매진 풀렸다..."바빠서 죽는 줄 알았다"는 교보문고 직원들

입력
2024.10.14 18:30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긴급 인쇄
한강 책 사려는 '오픈런' 계속되는 서점가
인쇄소·서점 직원들 "바빠서 죽을 것 같아요"

서점가가 '한강 신드롬'으로 여전히 뜨겁다.

14일 오전 9시 10분쯤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지점 앞은 서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오픈런' 손님들로 가득이었다. 평소 교보문고를 자주 찾는다는 이승준(23)씨는 "이 시간부터 사람들이 많은 건 처음 봤다"면서 "원래는 1, 2명 정도 서성거리고 노인이 대부분인데 오늘은 젊은 사람도 많다"며 신기해했다.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발표 직후 매진됐던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가 출판사들의 긴급 인쇄 작업을 거쳐 이날 입고됐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예약 배송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서점은 현장 구매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입구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고윤석(61)씨는 "인터넷으로 사면 오래 기다릴 것 같아서 직접 왔다. 주말 사이에 책을 많이 찍어서 물량이 풀렸다는 기사를 봤다"고 말했다. 같은 줄에 서 있던 김덕규(84)씨도 "주말에 영풍문고에 갔다 왔는데 품절이라고 하더라. 주말 끝나고 와보면 있을 거라고 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한강 책, 물류센터 안 거치고 직통으로 받는다"

'오픈런'에 성공한 김승희(38)씨의 손에는 한강의 소설이 5권 들려 있었다. 그는 "영업직이라 고객님들 선물로 드리려고 많이 사가는 중"이라고 했다. 박정미(51)씨는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울 서촌의 독립서점 '책방오늘'도 들렀는데 닫혀있어서 큰 서점으로 왔다"며 "인터넷보다는 현장 구매가 의미 있는 경험일 듯했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책 배송 방식도 바꿨다. 노경주 교보문고 광화문지점장은 "책이 원래는 물류센터를 거쳐서 들어오는데, 고객님들이 너무 찾으셔서 인쇄소에서 용달차로 직통으로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인쇄소 "24시간 일해...바쁘지만 기분 좋다"

서점 직원들은 노동 강도가 올라갔다고 호소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박준원(30) 교보문고 직원은 출근하자마자 한강의 책부터 샀다. 그는 "휴게실에 두고 다시 엄청나게 일하러 가야 한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또 다른 직원은 "요즘 현장에서 받는 문의의 70~80%가 한강 작가 책 관련"이라며 "책 묶음을 풀어서 매대에 올리자마자 손님들 손이 다가와서 다 가져가더라"라고 했다.

한강의 책을 찍어내는 인쇄소도 더없이 분주하다. 전화로 만난 한영문화사의 관계자는 바쁘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실 인터뷰 이런 거 할 시간이 없어요. 24시간 내내 일하고 있어요. 바빠 죽겠는데 언론사에서 계속 전화가 오네요. 정신이 없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바쁠지... 몸은 힘들지만 기분은 좋아요. 하하."



김민지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