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14일 '대만 포위 훈련'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이자 지난 5월에 이어 5개월 만의 훈련이다. 대선을 20여 일 앞둔 미국이 어수선한 사이 재빠르게 또 한 번 대만 침공 연습에 나선 모양새다.
대만 지역을 관할하는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 남부 및 동부에서 '연합리젠(利劍·날카로운 칼)-2024B 연습'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함·항공기가 여러 방향에서 대만섬에 접근, 합동 돌격할 것"이라며 "항구 봉쇄, 종합 통제권 탈취 과제를 집중 연습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령부는 "(이번 훈련은)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충격과 공포이자 통일 수호를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10일 국경기념일 기념사에서 "대만과 중국은 예속되지 않는다.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라이 총통의 이 같은 '양국론' 발언을 이번 훈련의 구실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이번이 4번째다. 중국은 2022년 8월과 지난해 5월 미국과 대만 고위 지도자 간 접촉을 빌미로 훈련을 벌였고, 올해 5월에는 라이 총통의 취임 연설을 문제 삼아 처음으로 '연합 리젠-2024A 연습'이라는 정식 명칭이 붙은 훈련을 벌였다. 중국은 5개월 만에 다시 라이 총통의 발언을 빌미 삼아 두 번째 리젠 훈련을 벌인 셈이다.
대만 연합보는 "중국의 이번 훈련 구역은 지난 5월 훈련 당시보다 대만섬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5월 훈련 때는 참가하지 않았던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인 랴오닝함도 이번 훈련에 참가했다고 중국중앙(CC)TV는 전했다. 대만 유사시 미국·일본 병력 차단 작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중국의 훈련 개시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중국은 자제력을 갖고 행동하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추가 행동을 피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 8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베이징에 보내 고위급 회담을 여는 등 미중 간 긴장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다음 달 예정된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사·외교 변수를 관리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은 긴장 관리를 도모하기 위해 미국이 보인 틈을 대만 침공 시나리오 연습 기회로 삼았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대선을 앞둔 미국은 당분간 중국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이 같은 상황을 역이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군은 이번 훈련 종료 시점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5월 훈련 당시 중국군은 이틀간 110여 대의 군용기와 수십 척의 군함을 훈련에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