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한 2016년 재원 조달 지원을 요청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8년 전 사업 추진 시점부터 체코 원전 수주에 공을 들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수출입은행(수은),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를 통해 관심서한(Support Letter)을 발급하는 등 일찌감치 금융 지원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한 우리 정부기관의 금융 지원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6년 9월 '체코 원전사업 관심서한 발급 신청' 공문을 수은에 보내면서 "상기 사업은 입찰자의 재원 조달 지원이 요청되고 있어 관심서한 발급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당시 체코 정부는 막 원전을 지어보려 했던 터라 일찌감치 건설 자금 마련을 위한 재원 조달을 바라왔던 것이다. 무보와 수은은 올해 4월 발급했던 금융지원의향서(Letter of Interest)에 앞서 2016년 이미 관심서한을 통해 금융 지원을 할 뜻을 체코 측에 전달했다.
실제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초기부터 공을 들여왔다. 한수원은 2016년 체코의 신규 원전 수요를 알고 체코 사업 담당 부서를 새로 두는 한편 APR1000 노형을 개발했다.
체코 정부 측이 재정 지원을 희망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있어 주요한 요건 중 하나로 고려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의원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에서 제출받은 올 3월 출장 결과 보고서에선 "체코 측은 입찰국의 원전 건설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산업 분야 투자와 협력을 희망한다"면서 "원전 건설 공기(공사 기간), 재정지원, 현지화 비율이 주요한 입찰 요건임을 강조했다"고 나와 있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체코 측으로부터 금융지원 요청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체코 재무부는 두코바니 5호기 건설에 자체 예산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6호기 건설 자금 계획은 어떻게 마련할지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입찰 규모를 원전 1기로 계획했던 체코 측은 올 1월 에너지 안보와 국익 극대화를 이유로 입찰 규모를 최대 4기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원전 1호기 건설을 고려했던 2016년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기 희망했던 만큼 두코바니 6호기 사업비 조달 과정에서 한국 측에 금융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우리 측에서) 금융 지원을 약속한 적은 없다"면서도 "(체코 측) 요청이 있는 경우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선 두코바니 6호기의 건설 자금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최대 24조 원'이라고 홍보했던 체코 신규 원전 수주가 '성과 부풀리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수원 등이 신규 원전을 건설하더라도 한국 측이 경제적으로 얻을 바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체코 정부가 2016년부터 재원조달 지원을 요청해 온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정부의 체코 원전 관련 말 바꾸기, 거짓말로는 신뢰를 얻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체코 원전 수주 과정과 금융 지원 여부에 대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