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40여 분 정도 달리면 한라산 동쪽 중턱, 해발 440m 지점에 7만9,437㎡(약 2만4,030평)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 하나가 나온다. 제주시 조천읍 제주삼다수 공장(L5)이다. 1998년 출시 이후 26년 동안 먹는 샘물 시장에서 부동의 1위1를 유지해 온 삼다수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취수부터 포장, 출고까지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2일 L5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건물 3층 높이, 600톤(t) 규모 원수(原水) 저장 탱크가 방문객을 맞았다. 이곳에 담긴 원수의 근원은 빗물이다. ①한라산 국립공원 해발 1,450m 지역에 내린 빗물은 시루떡처럼 쌓인 용암층에 스며들거나 틈 사이로 흘러내린다. ②30년에 걸쳐 현무암과 화산송이층 같은 '천연' 필터를 거치며 지하 420m 부근에 고인다. ③이 화산암반수를 취수정에서 뽑아 올려 한 차례 여과 작업을 거친 후 원수 저장 탱크에 저장하는 구조다. 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2관계자는 "인위적 처리 과정을 최소화한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먹는 샘물"이라고 했다.
이날 공장에서 복잡한 정수 처리 과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④원수는 미세먼지 입자나 미생물 등을 없애기 위한 여과 및 자외선 살균 작업을 거친 후 500㎖ 페트병에 담겨 포장됐다. 문수형 제주개발공사 R&D 혁신본부장은 "빗물이 화산암반층을 흐르며 바나듐, 실리카 같은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이 녹아 든다"며 "칼슘과 마그네슘 등이 최적의 균형을 이뤄 맛이 뛰어나다"고 했다.
자동화 공정도 인상적이었다. 손가락 길이 '프리폼(페트병 중간 단계 반제품)'에 열을 가해 500㎖ 페트병을 만들고 물을 채우는 공정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클린룸(먼지·세균이 완전히 차단된 생산 시설)에서 자동으로 이뤄졌다. 클린룸을 빠져나온 삼다수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 공장 카메라 16대가 한 병당 36장 사진을 찍어 표시 용량보다 물이 더 많이 혹은 적게 담기지 않았는지, 이물질은 없는지 등을 살피는 것. 이후 정상 제품에 제조일자 날인과 라벨을 부착하고 20개들이 제품으로 포장하는 작업도 모두 기계 몫이었다. 마지막 제품 운반조차 무인 지게차가 맡았다. 이렇게 이곳에서 초당 21병, 한 시간에 7만6,000병 제품이 생산됐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생산 속도"라고 했다.
2027년 친환경 L6 공장이 완공되면 삼다수의 생산 경쟁력은 높아질 전망이다. 제주도의 전체 지하수 함유량은 연간 17억5,800만t. 이 중 삼다수가 연간 취수할 수 있는 허가량이 165만6,000t(0.09%). 하지만 실제 삼다수 생산량은 연간 100만t 정도로 허가량에 크게 못 미친다. 2018년 완공한 L5 공장을 제외한 기존 공장(L2~L4) 등이 노후화해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대 성수기 여름철에 삼다수 공급 부족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고 한다. 향후 L6 공장이 다 지어져 생산량이 최대 1.5배까지 늘어나면 공급난을 해소하고 친환경 제품 등 라인업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생산량 확대와 함께 수출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삼다수는 미국, 중국, 인도 등 2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지만 현지 동포와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실제 수출량은 연 1만t으로 전체 생산량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중화권과 동남아 등지에서 제주도가 청정섬으로 알려지면서 삼다수 수출에 유리한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동포·관광객을 넘어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과 유통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제주개발공사는 중화권 한 대형 유통업체와 현지 판매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 중국 수출을 위해 제주항과 칭다오항을 잇는 화물 정기선 운항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제주에서 중국으로 삼다수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백 사장은 "중기적으로는 수출량을 5만t, 장기적으로는 10만t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