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전국체전 야구 일반부 4강 선착

입력
2024.10.14 14:25
영남대, 동원과기대전 5연패 사슬 끊고 銅 확보
안준현 8회 결승 2타점
단국대 임상우에 팬 150명 몰려... 버스 1시간 지연

“대학 야구 전통의 강자 영남대 야구부가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13일 경남 마산야구장에서 펼쳐진 제105회 전국체전 야구 일반부 경기 8강전에서 경북 대표 영남대가 인천의 강호 인하대에 9-7로 승리하고 준결승에 선착, 동메달을 확보했다.

비수도권 대학 야구의 대명사 영남대는 김재박(전 LG) 권영호(전 삼성) 김종모(전 해태) 강기웅(전 삼성) 강정길(전 빙그레) 양준혁(전 삼성) 전준호(전 롯데) 이종욱(전 두산) 손승락(KIA) 등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계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영남대는 이번 대회 첫 경기(16강전)부터 난적을 만났다. 바로 이문한 감독이 이끄는 '홈팀' 경남 대표 동원과학기술대다. 영남대는 2022년부터 동원과학기술대에 내리 5연패를 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박태호 영남대 감독은 “조 추첨 제비뽑기 당시 남은 팀이 동원과학기술대와 수성대였는데, 솔직히 동원과학기술대는 피하고 싶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영남대는 운명처럼 동원과학기술대와 만났다.

영남대는 16강전에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다 정규이닝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연장 10회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결국 14-13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둔 영남대는 3년간 이어진 5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8강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8강전에서 인천 대표 인하대를 만났다. 영남대는 8회초 6-7로 1점 뒤진 상황에서 1점을 따라가며 7-7 동점을 만들었고, 계속된 1사 2·3루에서 6번 안준현이 상대 투수 고강훈의 3구째 슬라이드를 받아쳐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영남대는 이때 잡은 승기를 끝까지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타점의 주인공 안준현은 "8회 무조건 경기를 끝낸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어 “'여기서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팀은 패배하고, 이 타석은 내 야구인생 마지막 타석이 된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야구를 시작하고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4회 구원 등판한 좌완 진윤(4년)은 4.2이닝 무실점으로 인하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최소 동메달을 확정지었다. 박태호 영남대 감독은 "두 경기 모두 쉽지 않았는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워주었다"며 "이런 강팀과 경기에서 승리할 때 선수들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의 환한 표정과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남은 두 경기도 최선을 다해 선수들과 좋은 추억 만들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준결승전은 16일 낮 12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영남대의 상대는 14일 펼쳐지는 부산과학기술대와 홍익대 전 승자다. 영남대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2015년 강릉 전국체전 금메달 이후 9년 만의 정상 재탈환이다.

앞서 펼쳐진 16강전에서는 강원 대표 강릉영동대가 '디펜딩 챔피언' 충남 대표 단국대에 장단 12안타(2홈런)를 뽑아내며 10-3 8회 콜드 승을 거뒀다. 서울 대표 연세대는 대전 대표 대덕대를 맞아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하고 8강전에 진출했다.

한편 TV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인기로 전국체전 야구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마산야구장 본부석도 팬들도 꽉 들어찼다. 경기 후에도 150여 명의 팬들이 단국대 임상우의 사인을 받기 위해 100m 대열을 만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로 인해 단국대 선수단 버스가 1시간가량 출발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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