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폭 사건 82.6% '늑장 심의'... 4주 이상 지연 비율 17개 시·도 중 최고

입력
2024.10.15 04:30
1238건 중 1023건, 학폭위 개최 4주 이상 소요
전국적 인력 부족... 4개 시도 전담 변호사 '0명'
진선미 의원 "피해 학생 고통 없도록 대책 필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가 지연되는 비율이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인력 태부족이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일부 시도에는 학폭 사건 전담 변호사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1,238건 중 1,023건 4주 이상 지나 학폭위 열려

1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시도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서울에서 심의된 학폭 1,238건 중 1,023건은 4주가 지나서야 학폭위가 열렸다. 학폭위 개최까지 4주 이상 소요된 비율이 82.6%나 됐다.

교육부의 '2022년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은 학교의 요청이 있는 경우 21일(3주) 이내 학폭위 개최를 원칙으로 정했다. 상황에 따라 7일 이내에서 연장이 가능해 늦어도 4주 안에는 학폭위가 열려야 한다.

같은 시기 다른 지역에서도 학폭위 지연 개최는 뚜렷했다. △인천(58.9%) △세종(51.3%) △울산(51.1%) △대전(50.9%) 등도 학폭위의 과반이 4주 이상 지나 열렸다. 충남(49.4%)과 강원( 36.6%)도 해당 비율이 30% 이상이었지만 전남(5.8%)과 충북(4.7%)은 한 자릿수로 대조적이었다. 특히 대구는 학폭위 지연 개최가 한 건도 없었고, 제주는 한 건(0.01%)에 불과했다.

서울 외 16개 지역의 학폭위 개최 지연 비율이 평균 27.9%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의 '늑장 학폭위'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학폭 관련 신고가 증가한 것에 비해 담당 인력은 부족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인력 부족 고질적... 4개 시도, 전담 변호사 '0명'

학폭 담당 인력 부족은 전 지역에서 공통적인 문제다. 지난달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광주, 세종, 경남, 울산은 학폭 담당 변호사가 아예 없다. 다른 지역도 △대전 1명 △제주 2명 △충북·강원·전북·부산 3명 △인천·전남·대구 4명으로 사건 수 대비 적다. 그나마 △경기(7명) △충남(9명) △서울(11명) △경북(21명)이 많은 편이다.

현장에서는 일반 로펌에 비해 처우가 열악해 채용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경남시교육청 관계자는 "학폭 담당 변호사를 뽑아도 금방 나간다"고 했고,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세 명을 채용했는데 전부 나갔다"고 전했다. 광주는 현재 학폭위 관련 업무를 교권 전담 변호사에게 맡긴 상태이고, 울산과 세종은 각각 변호사 채용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피해 학생에 대한 조속한 조치를 위해 학폭위 개최 지연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진선미 의원은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시도별로 전담 변호사 등 학폭위의 심의위원 부족으로 인해 규정대로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심의 지연으로 피해 학생이 추가적인 고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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