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원자의 이력서가 들어왔는데 남성인 팀장이 '육아휴직 쓰면 피곤하니 뽑지 말자'고 말하더라고요. 육아휴직 복직자인 제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데 죄인마냥 속상했습니다."
"저는 계약직이고 열 살 많은 정직원 상사와 근무합니다. 그런데 이 상사가 저에게 고백을 하는가 하면 다 같이 밥 먹는 것처럼 약속을 잡아놓고 막상 나가보면 단둘이 식사하는 상황을 만드는 등 계속 불편하게 했어요. 결국 제가 사직서를 냈습니다."
최근 1년간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전달된 '직장 내 성차별' 경험담들이다. 일부의 사례로 볼 수는 없다. 한국 직장인에게 본인들이 겪은 조직 내 성차별 문화를 평가하게 했더니 60점대 'D등급'이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성차별 관련 조직문화지수' 설문을 진행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66점이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설문은 채용, 노동조건, 승진, 모성보호, 성희롱 등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을 20개 문항으로 만들어 평가하도록 했다.
20개 문항 중 주요 직책(55.3점), 모성보호(56.1점), 노동조건(57점), 채용(57.3점), 승진(58.2점), 잡무(59.7점) 등이 50점대 'F등급'이었다. 최하점을 받은 '주요 직책'의 경우 '전체 직원 성비 대비 특정 성별이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에 압도적으로 많은지' 평가하게 한 것이다. '유리천장' 지수라고 할 수 있다.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를 묻는 모성보호 항목,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받는지'를 묻는 노동조건도 최하위권이었다.
D등급인 60점대는 '성적 대화·농담'(69.2점), '성차별적 호칭'(67.5점), '외모 평가'(65.8점) 등 7개였다. 그나마 점수가 높은 C등급 7개 항목은 성추행(71.9점), 성별에 따른 해고(72.1점), 당사자가 원치 않는 구애(72.4점) 등인데, 모두 70점대 초반에 그쳤다.
응답자 특성별로 세분하면 호칭 항목은 '비정규직 64.6점·정규직 69.5점', '비사무직 64.7점·사무직 70.4점'으로 처한 상황에 따라 차별 체감 정도가 달랐다. 모성보호도 여성 직장인(52.9점)과 남성 직장인(58.9점) 간 인식차가 있었고 승진 성차별 역시 여성 55.3점, 남성 60.6점으로 차이가 컸다. 그 외 항목들은 고용형태, 성별, 직업 등에 따라 점수 차가 크지 않았는데, 직장갑질119는 "성차별적 문화가 일터 전반에 고착돼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