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딸 결혼식 혼주석 나란히 앉고 인사도 했지만 대화는 없었다

입력
2024.10.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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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노소영 관장 차녀 최민정씨 13일 워커힐서 결혼식
재계 등 500여 명 초청받아 참석...신랑 케빈 황은 미 해병대 장교



"결혼식 하객 외 입장 불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차녀 최민정(33)씨의 결혼식이 1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됐다. 참석자 중 기업 총수들은 차량을 타고 진입해 칸막이를 친 장소에서 차에서 내린 뒤 입장했다. 일반 하객들은 지하 1층 입구를 통해 비스타홀로 들어가면서 직원들의 초청 확인을 받았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날 오후 1시 열린 민정씨와 신랑 케빈 황(34)씨의 결혼식에 신부 측 부모로 나란히 참석했다. 두 사람 모두 결혼식 두 시간 전쯤 식장에 도착해 하객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대면은 5월 항소심 이혼 판결 후 처음이다. 최 회장 측이 항소심의 재산 분할 판결에 대해 항소해 이에 대한 심리 여부를 대법원에서 검토 중이지만 사실상 혼인 관계는 끝난 상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혼 후에도 자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본부장, 최민정씨와 최인근씨 등 자녀 1남 2녀의 부모 역할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최윤정 본부장이 결혼할 때도 이혼 조정 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결혼식엔 부모로서 함께 자리했다.

이 날 최 회장은 나비 멕타이에 정장을 입었고 노 관장은 파란색 한복 차림이었다. 참석한 하객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결혼식 중 나란히 혼주석에서 자리를 함께했지만 대화는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두 사람은 본식이 끝나고 가족 사진을 함께 서서 찍었고 신랑 측 가족과 하객 테이블을 돌며 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시간 가량 진행된 이 날 예식에 주례는 없었고 신랑 황씨와 신부 민정씨는 결혼을 기념하는 메시지를 각각 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신랑과 신부는 차례로 식장에 들어섰는데 신부 민정씨는 아버지 최 회장의 손을 잡지 않고 혼자 식장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신부 측에서는 언니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축사를 했고 신랑 측에서는 황씨 남동생이 영어로 축하하는 말을 남겼다. 축가는 신랑 신부의 지인이자 JTBC '팬텀싱어3'에 출연했던 존노가 '오솔레미오'를 불러 박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식장에서는 외국인을 포함한 신랑과 신부의 친구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를 반영한 듯 일반 예식과 다르게 통역이 제공됐으며 사회도 신랑과 신부의 지인이 나란히 맡아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식을 진행했다.

한 참석자는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꽤 많았다"며 "식사는 한식과 생선, 고기 등이 코스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가 친인척과 재계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SK 쪽에선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사촌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일제히 참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노 관장의 동생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도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의 차녀 결혼식인 만큼 재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결혼을 축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이재현 CJ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초대를 받았지만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최신원 전 회장은 결혼식장에 들어서며 "행복하다.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전했다.



'군 출신' 배경 통해 가까워져


두 사람은 최씨가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하던 시절 이웃 주민으로 만났으며 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식에 앞서 한미 전우를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는데 모든 참석자들이 1분 가량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했다. 또 하객석 뒤편에는 미국 전통의식에 따른 빈 테이블을 마련했다. '실종자 테이블'로 불리는 이 테이블은 실종 또는 전사한 용사를 추모한다는 의미가 담긴 곳으로 테이블 위에는 전사자의 피를 상징하는 장미 등 추모 물품이 놓였다.

신랑인 황씨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졸업하고 미 해병대에 입대해 대위까지 진급했다. 2021년부터는 예비군 장교로 캘리포니아주에서 복무하면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다. 황씨는 다음 달부터 현역으로 전환해 미 특수부대의 군수 분야 관련 보직을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신부 최씨는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나와 2014년 재벌가 자녀로는 이례적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해 화제를 모았다. 아덴만 파병으로 유명한 청해부대와 해군 2함대사령부 등을 거쳤다. 2017년 전역 후에는 중국 상위 10위권 투자회사 '홍이투자'와 SK하이닉스를 거쳐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테그럴 헬스'를 창업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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