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아메리카노 비싸” 김포시청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카페를 없앴다

입력
2024.10.16 16:00
24면
[이진희의 동행]
엄선덕 파파스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발달장애인 교육·일자리 확대해왔는데
고객들 만족도 높았지만, 계약 연장 안 돼
시청, 그 자리 프랜차이즈 카페 수의계약
문제 공론화하자 시청의 여러 압박·조사
장애인 주간활동센터도 문 닫고 내쫓겨

500원. 모든 시작이 ‘커피값 500원 차이’ 때문이란 말을 들었을 때, 기자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지난달 24일 경기 김포시 양촌읍 양곡3로의 골목 끝자리에 위치한 ‘달꿈(달팽이의 꿈) 카페’. 엄선덕 파파스윌 이사장은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고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파스윌은 사회적협동조합이자 사회적기업으로, 양촌과 김포시청 청사에서 발달장애인들을 고용해 달꿈카페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시청 그 자리엔 이제 필리핀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컴포즈커피가 들어서 있다. 김포시는 “직원들이 음료 가격이 저렴한 카페 입점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엄 이사장에게 물었다. “달꿈 커피가 얼마였나요?” “아메리카노 2,000원이요.” “그런데 왜 비싸다는 거죠?” “컴포즈는 1,500원이래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모두 동시에 한숨 비슷한 실소가 터졌다. 엄 이사장은 우울하게 말했다. “저희한테 이야기했으면 더 나쁜 원두를 사용해서라도 맞춰드릴 수 있었죠. 설문조사에서 고객 공무원들의 만족도도 높았어요.”

이게 끝이 아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자, 김포시는 파파스윌의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센터 공간 임대 만료 및 지정취소 등으로 응수했다. 엄 이사장은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 했다.


만족도 90% 넘는 카페, 왜 재계약 기회 없었나

달꿈카페 시청점은 4년간 운영하다 지난해 말 문을 닫아야 했다. “청사 공간이 부족해서 사무실로 써야겠다고 저희를 내보냈어요. 그래서 ‘다시 카페 하게 되시면 저희 열심히 했고 만족도도 높으니 저희 공모(입찰) 다시 들어가도 되죠?’라고 말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끝났거든요.”

하지만 김포시청은 공모를 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통해 프랜차이즈 카페를 같은 장소에 들여왔다. 엄 이사장이 뒤늦게 이를 알고 항의하자, “그 프랜차이즈 커피가 500원 더 싸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김포시 후생노무팀은 한국일보의 질의에도 “후생의 대상인 직원들이 음료 가격이 보다 저렴한 카페 입점을 선호하여 이를 반영함”이라고 답했다.

엄 이사장은 재계약(혹은 계약 연장)을 위해서 최소한의 공정함을 원했다. “저희가 들어갈 때는 정식 공고를 통해서 심의위원회 거쳐서 PT(프레젠테이션)까지 하고 다른 곳이랑 경합한 끝에 들어갔다”며 “그런데 이번엔 경쟁없이 수의계약을 했다”고 답답해했다. 달꿈카페가 시청에 들어간 후 2년마다 만족도 설문을 통해서 연장 심사를 거치겠다고 했는데, 처음 2년엔 조사가 이뤄졌으나 4년 다 되어갈 때까지 아무 이야기가 없다가 느닷없이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앞서 계약 연장을 위해 2021년 시청 서무후생팀(현 후생노무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문건을 보면, 91.7점의 만족도를 보여 기준 점수(80점) 이상으로 연장계약이 타당하다고 되어 있다.

설문조사 없이 계약만료가 통보되자 달꿈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 “저희가 나갈 때 나가더라도 근거는 마련해야겠다 싶어서, 2년 전 (시청 측이 실시한) 설문지 폼을 찾아서 자체적으로 했어요. 그래서 나온 만족도가 95%가 넘었어요.”

김포시는 한국일보 질의에 “최초 사용 허가 시부터 설문조사는 명시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19년 김포시 구내매점 위탁 운영자 모집 공고문엔 분명 ‘직원 만족도 평가를 통한 계약 연장(80점 이상)’이 명시돼 있다. 설문이 아닌 무엇으로 평가했단 뜻일까. 500원 더 싼 커피를 원했다는 김포시청 직원은 누구이며, 몇 명인지 근거는 내놓은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직원들 의견보다 2022년 부임한 김병수 김포시장의 의중이라는 해석이 김포 장애인 사회에 파다하다.

달꿈이 떠나기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필로 써놓은 시청 직원들의 멘트를 보면, 아쉬움이 가득하다. “더 운영했으면 좋겠다” “나날이 커피맛집으로 발전하는 모습 보기 좋았다” “항상 친절하고 기분 좋은 곳” “너무 고생했음. 김포시가 담기 부족해서 떠나는 듯”


일자리 잃은 발달장애인들의 좌절

양촌의 달꿈 본점은 한산했다. 엄 이사장은 “여기(본점)는 외진 곳이라 일거리가 별로 없으니까, 다 시청 가서 일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훈련을 하고, 빠르고 더 익숙해진 친구들은 시청점으로 보냈어요. 그쪽 가서 일하게 되면 프라이드가 생기고 너무 행복해했죠. 직원분들(시청 공무원)이 아는 척해주면 너무 좋아하고요.”

시청점에선 총 5명의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하루 3시간씩, 오전·오후로 나눠서 주 15시간씩 일했다. 비장애인 매니저와 직무지도원이 함께했다. 엄 이사장은 “보통 장애인 복지 일자리는 많아야 월 60만 원 정도를 주지만, 저희는 80만~100만 원을 줬다”고 했다.

제한된, 소중한 일자리는 아끼고 아껴 나눴다. 일정기간 일하면 다른 장애인 청년에게 양보하는 식이었다. 엄 이사장은 “‘내년에 나도 곧 채용될 거야’ 하면서 순서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부모님들 중에는 근무시간을 4시간으로 늘려달라고 요청을 하시기도 했어요. 그러면 ‘4시간으로 늘리는 게 좋겠어요? 1명을 더 고용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하죠. 시청점을 통해 수익이 늘면 장애인 일자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꿈을 계속 꿨는데 그게 딱 좌절됐어요.”

현재는 손님이 적은 양촌점만 운영하다보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은 일자리를 찾아 멀리 가기 어렵기 때문에, 살고 있는 곳에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시청점이 문을 닫은 후 장애 청년들은 피켓 시위를 했다. “서울까지 일하러 갈 수 없어요. 김포에서 일하고 싶어요”라는 문구가 담겼다.

“장애인 주간활동센터도 나가라” 계속된 시련

달꿈카페 시청점 문제를 김포시의회 야당 의원 등과 연계해 공론화한 후, 파파스윌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우선 주간활동센터로 사용하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무상임대 공간 사용 연장이, 이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김포시청 일자리경제과에 의해 불허됐다. 애초 이 공간은 파파스윌이 김포시청에 건의해서 김포시가 관리하게 된 것이다.

“2020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LH에서 사회적기업에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공간이 마침 근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LH 본사에서 선정하기 때문에 김포 사회적기업은 공간이 부족한데도, 주로 서울에 있는 큰 사회적기업이 많이 선정돼 왔죠. 그래서 LH쪽에 ‘김포 관내 사회적기업에 우선 지원 안 해주냐’고 문의를 했더니, 김포시청에서 관리 이관을 받아서 하면 된데요. 그래서 제가 LH공문까지 받아서 시청 일자리경제과에 건의했어요. 시청에서 그래서 LH공간을 저희가 4년 쓸 수 있게 했어요. 그게 2년 전이에요.”

사용기간이 2년 남았건만, 사용 연장 불허가 결정돼 지난달 말 공간을 비워줬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제과제빵 직업훈련, 지역 노인들과 장애 청년들이 함께하는 ‘서로돌봄’ 체험, 자조모임과 봉사활동 지원 등 2,653회 4,893명에게 제공한 서비스를 기재해 서류로 제출하고 무상임대 연장을 요청했으나 소용없었다.

김포시의 평가 자료를 보면, 파파스윌은 장애인에게 교육·돌봄 서비스를 하는 사회적기업인데도 “영업으로 돈을 벌어서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기준을 들어 감점했다. 이 기준은 교육·돌봄을 받는 약자들에게 교육비 등 돈을 더 받아내라는 뜻이 된다. 서류를 보면, 기부금 등 ‘영업 외 이익’은 평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엄 이사장은 “영업이익을 통한 사회환원만이 아닌 사회서비스 제공 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단지 내 입주민 우선 채용 기회 부여 평가에서, ‘임대 공간은 LH양곡 1단지인데, 채용 청년은 LH양곡 2단지에 산다(그래서 입주민 혜택이 아니다)’고 감점했다.

“총 70점이 안 돼서 (무상임대) 연장이 안 된대요. 어디가 몇 점 깎였는지는 알려주지도 않아요. 심지어 심사에 토를 달 수 없다는 서약서도 요구했어요.” 실제 김포시가 보낸 서약서엔 ‘본 사업의 지원대상 선정절차 및 방식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합니다’라는 문구가 있고, 이에 서명을 하도록 요구했다.

김포시 일자리경제과는 한국일보의 질의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사업운영 성과에 영업이익만을 지표로 삼은 사항은 아니다”며 “전반을 평가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다른 지자체나 정부에서도 이런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지 묻는 질의에도 확보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없던 기준 만들어 장애인 활동센터 지정 취소

‘괴롭힘’은 더 있었다. “김포시 노인장애인과에서 갑자기 불시점검을 나왔어요. 카페와 주간활동센터에요. 장애인 당사자들 인터뷰도 하고 했는데 만족도가 높았어요. 주간활동서비스 사업 통장 내역도 다 드렸는데, 양촌 카페에 있는 사업비 통장도 보내래요.”

결국 ‘부정수급’을 찾아냈다며, 주간활동센터 지정취소를 통보했다. 그 기준은 이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주간활동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보건복지부의 바우처를 받는다. 이 바우처 비용은 주간활동센터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장애인들을 교육(제빵 등)시킨 선생님들은 파파스윌에서 임금을 받았는데, 그 임금 중 절반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인건비 지원(재정지원 사업)으로 충당했다.

김포시는 이게 부정수급이라고 문제 삼았다. 시청의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 모집 공고’에 ‘자활근로 등 국가 및 지자체로부터 직접 인건비 지원을 받는 근로자는 동 사업에 참여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를 들어, 임금 전액 환수와 지정 취소를 통보했다.

관련 청문일에 시청 측 고문 변호사조차 “바우처사업 수입에서 법인이 해당직원 급여를 내보내고 익월 그 급여 일부를 법인이 신청하여 지원받은 것이니, 직접지원이 아니라 간접지원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으나 환수 및 지정 취소는 그대로 실행됐다.

엄 이사장은 “바우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혜택이 가는 것이고, 저희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이라며 “그리고 재정지원(인건비지원) 사업은 사회적기업의 운영과 성장을 도와주는 지원이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엄 이사장은 다른 시의 센터들도 동일 방식으로 운영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관련법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경우 업무정지나 지정취소를 할 수 있는데, 엄 이사장은 “(시청이) 여러 차례 지도 점검 중에 이 건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없었고 실무자 교육에 매번 참석했지만 교육받지 못했다”며 “부정한 의도나 거짓이 아니니 지정 취소가 아니라 1차 시정조치를 내려 달라”고 요청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 인건비 지원 50%만 환수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요구도 무시됐고, 임금 전체를 환수 조치했다.

기자가 김포시에 부정수급 여부 판단을 위해 예산을 지급하는 복지부나 고용부에 문의했는지 묻자, “고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고 그 외 다른 부처에 문의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문 변호사가 청문일에 시청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깊은 좌절, 김포시민은 무엇을 잃었나

엄 이사장은 지쳐 보였다. 부당함을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깊은 좌절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씁쓸하게 말했다. “제가 너무 순진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선한 의지를 갖고 취약한 친구들을 위해서 솔선해서 총대를 메고 깃발을 들면 많은 분들이 협력하고 도와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혀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더라고요.”

엄 이사장 자신도 발달장애인의 어머니이다. “우리 영진이(아들)는 여기(카페)에 올 수도 없을 정도로 중증”이라며 “그래도 주간보호센터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혹자는 아들 같은 아이들에게 도움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는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누군가는 내 아이한테 또 돌봄을 주는 이 순환이 저는 가능하다고 믿거든요. 내 아이는 나만 돌봐야 된다면 그것만큼 답답하고 힘든 사회가 어디 있어요.”

파파스윌은 2016년 김포시 최초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복지부의 인가를 받고, 2020년 고용부의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아 장애인 일자리 확대라는 꿈을 키워왔다. 지난해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표창을 받았다. 엄 이사장은 “특별한 예술적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살아갈 권리를 가진 발달장애인들의 취업과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저희가 전국으로 봐도 몇 번째 안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토대를 다른 곳도 아닌 김포시가 앞장서 적대시하고 허물고 있다. 피해는 김포시민, 김포에 사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돌아간다.

이진희 논설위원